▶ 발현 막았던 인터류킨-12, 알고 보니 ‘각질 형성’ 억제 효과
▶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에 논문
팔다리 관절 부위 피부와 두피, 엉덩이 등에 하얀 각질, 붉은 반점, 발진 등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건선(乾癬·psoriasis)은 대표적인 만성 피부질환이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10~20년 지속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시적으로 나아져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인구의 1~2%가 걸리는데 아직 근원적인 치료법은 나오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부의 T세포 활동이 늘어나면서 면역 물질의 자극으로 각질 세포가 과도히 분열하고 염증이 생긴다는 연구 보고가 나왔다.
요즘엔 건선을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으로 보기도 한다.
면역세포와 면역 신호 전달물질의 복잡한 네트워크에 변화가 생겨 건선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인터류킨 치료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임상 시험 결과가 나왔다.
인터류킨-23만 차단하는 신약이, 인터류킨-23과 인터류킨-12를 동시에 차단하는 기존 치료제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대(UZH) 과학자들이 인터류킨-12가 건선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상세한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류킨-12가 건선에선 각질 형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류킨(약칭 IL)은 우리 몸의 면역계가 세균이나 유해한 물질에 맞서 싸우게 자극하는 단백질로 백혈구에서 만들어진다.
부르카르트 베허 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22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인간의 세포 조직을 이용해 생쥐 모델에 실험한 결과, 인터류킨-12는 건선의 발생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건선 치료제가 인터류킨-12의 차단을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결과였다.
사실 인터류킨-12와 결합하는 수용체는 다양한 유형의 피부 세포에 존재했다.
피부의 T세포뿐 아니라 각질 형성 세포(keratinocytes)도 인터류킨-12를 식별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이런 피부 세포가 인터류킨-12를 알아보면 방어 효과를 낸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각질 형성 세포가 정상적으로 생리적 기능을 하는 데도 인터류킨-12는 꼭 필요했다.
예컨대 인터류킨-12는 건선 환자에게 나타나는 세포의 과도한 분열을 차단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파스칼레 츠비키 박사과정연구원은 "인터류킨-12를 차단하는 건 (건선 치료에) 권고할 만하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치료제처럼 인터류킨-12와 인터류킨-23를 함께 막지 말고, 인터류킨-23만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건선 외의 다른 질환 치료에도 중요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베허 교수는 "인터류킨-12와 인터류킨-23을 함께 차단하는 방법은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이나 건선성 관절염 치료에도 쓰인다"라면서 "이런 질환과 관련해 인터류킨-12의 역할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탓이지만, 여기서도 방어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