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잠에 할애하게 된다. 잠은 일상의 충전기다. 에너지 측면에서 보면 낮에 열심히 에너지를 소모하고 밤엔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다. 이는 낮 동안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면 충전할 이유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된다.
따라서 잠을 잘 자려면 낮에 열심히 활동해야 된다. ‘잠을 잘 자지 못한다’는 말에는 ‘잠 드는 것이 어렵다(입면장애)’와 ‘중간에 자주 깬다(유지장애)’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두 가지 증상에 따라 원인 질환도 달라지므로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또 기저에 있을 수 있는 다양한 수면장애 평가도 동시에 이뤄져야 불면증을 효과적을 치료할 수 있다.
흔히 겪는 불면증으로 정신생리적 불면증이 있다. 정신생리적 불면증은 불면증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을 너무 걱정하고, 잠을 자려고 애쓰며, 잠을 자려고 하는 동안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잠을 자려고 하면 긴장하거나 불안해지고,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잠이 오지만 자려고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밤에 각성이 늘어나는 상황을 만들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먼저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가져야 한다.
핵심은 7시간의 수면 후 17시간 활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침 6시 기상 시 밤 11시까지는 활동해야 다시 잠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항상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낮 활동은 최대한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수면 전문가 도움을 얻어 가장 적합한 약물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수면제를 복용할 때에는 전문가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수면제 복용 시간을 정하고 이를 제대로 지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지연형 증후군과 일찍 자서 일찍 깨는 전진형 증후군이 대표적인 수면위상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여행 시차나 교대 근무도 여기에 포함된다. 수면위상증후군은 체내의 일주기 리듬 장애와 관련되므로 수면제 사용만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3시에 잠을 자서 10시에 일어나는 경우(지연형)라면 7시간 수면 후 17시간이 지나야 잠을 다시 잘 수 있기에 새벽 3시가 될 때까지는 잠이 오지 않는다.
이를 불면증으로 오인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흔한데, 아직 기상 후 17시간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잠이 쉽게 들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잠이 일찍 들 수 있도록 취침-각성 시간을 당겨야 한다.
반대로 9시에 잠들어 새벽 3시에 깨는 경우라면 수면제를 먹고 더 늦게까지 자는 것이 아니라 더 늦게 잠이 들도록 잠드는 시간을 늦춰서 기상 시간을 뒤로 밀어야 한다.
이렇게 수면 스케줄을 점차적으로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미는 것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광(光) 치료나 멜라토닌 약물 등을 사용하게 된다.
낮에 심하게 졸린 것이 주증상인 기면병(嗜眠病)은 웃거나 울 때 온몸에 힘이 빠지는 탈력 발작, 잠들 무렵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수면 마비를 겪거나 잠들 때 환각을 호소하기도 한다. 낮에 졸음이 쏟아져 수업이나 운전 중 졸다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온몸에 힘이 빠져 일상생활을 하는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야간 수면 다원 검사와 함께 주간에 수면 잠복기 반복 검사로 진단한다. 치료법으로는 잠잘 수 있을 때 잠자는 행동 요법과 주간 졸음 정도를 줄이기 위한 각성제를 사용한다. 탈력 발작은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다. 가벼운 불면증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다리에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생겨 누워 있거나 쉬면 특히 밤에 심해지는 수면장애로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다. 이는 다리에 생기는 불편한 증상으로 쉽게 잠을 들 수 없어 불면증 유발 원인의 하나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농도 저하가 원인으로 꼽히며, 도파민 효현제를 1차적 치료로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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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