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의 연관성은 당뇨병 자체가 아닌 혈당 관리에 달려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신경생물학과 노화연구센터 연구팀이 60세 이상 2천500명을 대상으로 12년에 걸쳐 진행한 추적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 시작 때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없었으나 700여 명은 치매의 전단계인 인지장애(cognitive impairment)가 있었다.
연구 참가자 중 8.6%는 당뇨병 환자였고 3분의 1은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당뇨에 해당했다.
연구팀은 혈액검사를 통해 장기적인 혈당을 나타내는 당화혈색소(A1c)와 염증 표지인 C-반응성 단백질(CRP)의 혈중 수치를 측정했다.
12년 후 처음엔 인지기능이 정상이던 1천800명 가운데 약 30%가 인지장애가 나타났고 처음엔 치매 전단계의 인지장애에 해당했던 사람 중 20%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전체인 분석 결과 당뇨병 환자의 치매 발생 위험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뇨병 자체가 아니라 혈당이 얼마나 잘 관리되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당화혈색소가 7.5% 이상으로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당뇨병이 없는 사람보다 치매 전단계에 진입할 위험이 2배, 치매 전단계에서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3배 높았다.
당화혈색소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일정 기간(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치를 나타낸다. A1c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5.7~6.4%인 경우 전당뇨로 간주된다.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목표 수치는 7.5%이다.
연구팀은 당뇨병과 함께 심장질환(심방세동,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의 인지장애 위험도 평가했다.
심장질환은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당뇨병도 심장질환도 없는 사람보다 치매 전단계로 진입하거나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2배 높았다.
전체적으로 당뇨병 자체가 인지장애를 가져오거나 인지장애를 치매로 발전시킬 위험이 있다는 증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문제는 당뇨병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당뇨병-치매 연관에 관한 연구들이 엇갈린 결과를 보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일 수 있다는 연구팀은 지적했다.
당뇨병 자체와 치매의 연관성에만 집착하고 정작 당뇨병 관리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뇨병이 발병하면 체내 만성 염증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의 심혈관 질환과 치매도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염증의 강도를 나타내는 염증 표지 단백질인 C-반응성 단백질(CRP: C-reactive protein)의 혈중 수치도 측정했다.
CRP는 염증과 관련된 여러 단백질(사이토카인)로부터 오는 신호를 총체적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CRP 수치로 염증 활동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CRP 혈중 수치가 높은 당뇨병 환자는 치매 전단계에서 치매로 이행될 위험이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환자가 CRP 수치가 높으면 인지장애의 진행이 빨라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merican Alzheimer's Association)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