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은 언제나 대화이다”

2021-09-03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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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가수 릭키 리 존스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은 언제나 대화이다”
록뮤직의 전설적 존재로 가수이자 작곡가요 작가인 릭키 리 존스(66)를 영상 인터뷰했다. 그래미상을 두 번이나 탄 릭키는 2019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다른 가수들이 부른 노래로 자기에게 영향을 미친 팝과 록과 재즈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앨범‘킥스’(Kicks)를 출반했다. 그의 노래는 탐 행스와 멕 라이안이 나온 영화‘슬리프리스 인 시애틀’에 사용되기도 했다. 릭키는 최근 출간한‘라스트 챈스 텍사코:크로니클스 오브 언 아메리칸 트루바두어’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로부터 LA의 록뮤직의 성전과도 같은 클럽‘트루바두어’에서의 초기 가수 생활, 유명 가수인 애인 탐 웨이츠와의 파란만장한 관계 및 약물 중독 그리고 로큰롤의 여자 가수로서의 긴 생애에 관해 피력했다. 긴 머리에 검소한 차림을 한 릭키는 큰 제스처와 함께 가끔 노래까지 부르며 질문에 대답했다. 리키는 뉴올리언스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당신의 가수로서의 생애에 영향을 준 가수들은 누구이며 처음 들은 음반은 무엇인지.


“음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음악은 언제나 대화이다. 나도 이 원리에 따라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 내가 처음 들은 음반들은 나의 아버지가 갖고 있던 타미 도시와 베니 굿맨 그리고 니나 시몬과 엘라 핏제럴드의 것이었다. 또 크게 히트한‘데이-오, 데이-오’와‘문 리버’도 들었다. 이들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처음 소유했던 음반은 나의 할아버지가 준‘비틀즈 대 포 시즌스’였지만 내가 처음으로 산 것은 버팔로 스프링필드의 음반이었다. 작곡가가 되기 위해 나는 거의 모든 노래들을 다 들었는데 그것들은 내 감정의 일부분이 되었고 들으면서 흥분해 나도 그들처럼 작곡하기 위해 공부했다.”

-당신의 애인이었던 컨트리 록 가수 탐 웨이츠로 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난 그의 노래를 좋아하긴 하지만 컨트리 록은 내가 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다. 난 웨이츠를 직접 만나기 전에 그의 음반‘더 하트 오브 새터데이 나잇’ 자켓 뒤에 있는 그의 사진을 보고 좋아했다. 그가 신문 가판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담배 연기가 내겐 마치 마법봉과도 같이 보였다. 그 사진은 나를 딴 세상으로 인도하는 듯 했는데 그가 그런 태도로 사진을 찍은 것은 자기를 지적이면서도 야성적인 사나이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1970년대에는 가수 중에 그런 사람이 없었다. 아주 독특한 사람이었는데 난 그의 음악보다 이런 남과 다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의 음악에서 전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컨트리 록은 내 음악이 아니다.”

-팬들이 사랑하는 릭키 리 존스는 언제 형성되었다고 보는가.

“나의 존재와 모습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팬들이 어떤 릭키 리 존스를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인기가 좋은 내 노래‘척 E스 인 러브’의 베레모를 쓴 멋진 여자가 나이기도 하지만 또 나는 반드시 그 여자가 아니기도 하다. 나는 팬들이 사랑하는 노래 속의 어느 한 나에게 익숙하게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나를 내 노래 속의 여자로 좋아하는 것은 전적으로 팬들에게 달린 것이다.”

-당신의 책은 당신이 어렸을 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은 것을 비롯해 어릴 때 집과 학교에서 겪은 여러 가지 어두운 일들로 슬픈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은데 언제 행복한 순간을 맞이했다고 생각하는가.

“어제 내 애인과 함께 누워 있을 때 그가 내게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제 당신은 원하는 것 다 가졌고 오랜 집필 끝에 나온 책도 인기가 있으니 무얼 걱정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만사는 순리대로 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내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실 살면서 걱정이 없다면 좀 지루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슬프게 생각하지 내 삶을 슬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슬펐던 것은 어렸을 때 내 뿌리가 박혀있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였다. 완전히 뿌리가 뽑혀 다시는 땅에 발을 디딜 수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 후 멋진 일들도 찾아왔다. 그래서 그 후 끊임없이 앞으로 밀고 나갔다. 어렸을 때의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나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 의해 감시당하고 또 갇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내 책에 충격적인 일들이 적혀있긴 하지만 나는 학교생활만 빼고는 행복한 소녀였다고 해야 좋을 것이다.”


-잊는 것과 용서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하기 쉬운가.

“잊는 것이다. 나는 잊는 것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데 그 것들이 나중에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남이 당신에게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용서란 자기 자신에게도 건전한 일일 뿐 아니라 남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군가를 용서하기 까지는 평생이 걸렸다.”

-책을 쓰면서 받은 도전은 무엇인지.

“다른 책들과는 내용이나 서술 방식이 다른 훌륭한 책을 쓰겠다는 것이 도전이었다. 명성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가족의 어두운 얘기도 쓰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출판사 측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 뜻이 오해를 받고 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초보자여서 그런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곡하는 것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쓰는데 수년이 걸렸는데 그 것은 내가 내 산문에 취해 어떤 일들을 묘사하는데 너무 많은 문장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쓴 글들 중에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슬픈 일이었지만 결과는 군더더기 없는 책으로 만들어졌다. 내가 겪은 끔찍한 많을 일들을 다 잘라냈다. 그 결과 사려 깊은 책이 되었다고 믿는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내가 낙천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음악이 아직도 당신이 젊었을 때처럼 힘을 행사하는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 있겠지만 내겐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자기가 애착하는 것을 음악에 연결시고들 있다. 특히 팝음악이란 것은 10대나 젊은 성인들의 것이다. 사람들은 일단 30이 되면 대부분 새 음악을 더 이상 듣지를 않게 마련이다. 이미 거두어 놓은 음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것들이 내내 당신과 함께 있기 마련이다. 음악인들은 다 자기 시대의 팝음악으로 부터 진화해 다른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당신을 기쁘게 하는가. 건강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나는 심장에 문제가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다. 난 아이스크림을 아주 좋아하는데 건강을 생각해 될 수 있으면 사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은 변화무쌍하다고 하겠다. 잠시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나무들이 간직한 생명을 관찰하고 차가 지나가면서‘헬로 릭키’하고 인사하는 말을 들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내 책이 좋은 반응을 받고 있는 것도 기쁨이다. 요즘에는 매일 유 튜브를 통해 삼바와 룸바를 들으면서 라틴 춤을 배우는 것에서도 기쁨을 느낀다.”

-글을 쓰기를 좋아했는가.

“난 오래 동안 산문을 써왔다. 지금 나는 다른 책을 쓰려고 구상 중인데 이번에는 소설을 쓸 생각이다. 솔직히 말해 난 돈이 별로 없어 놀고먹을 수가 없는 처지인지라 책을 쓸 생각이다.”

-코비드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는가.

“난 코비드 전에 내가 죽을 날이 이미 지나가고 난 빌려온 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야 말로 이런 내 생각에 딱 들어맞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나는 이 삶을 충분히 들여 마시려고 한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미 코비드 이전에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을 포옹하고 또 그들에게 사랑을 듬뿍 보내곤 했다. 이 세상에는 끔찍한 일들이 너무 많아 난 코비드 사태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태로 앞으로 세상과 사람들모두가 달라질 것이다. 거기서 무언가 좋은 일이 올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는 모두 세상을 염려하고 돌봐야 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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