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 인종차별 기구로 재탄생”...시애틀 아동병원 다양성, 공정성 등 개혁 다짐

2021-09-02 (목)
크게 작게

▶ ‘고위직 임원 및 승진 등에서 인종차별 상존’

“반 인종차별 기구로 재탄생”...시애틀 아동병원 다양성, 공정성 등 개혁 다짐
흑인환자에 대한 상습적 인종차별로 논란을 빚어 외부기관의 심층조사를 받은 시애틀 아동병원(SCH)이 1일 사과와 함께 앞으로 ‘반 인종차별’ 기관으로 거듭나 환자와 가족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커뮤니티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SCH의 제프 스페링 CEO와 수잔 벳처 이사장은 이날 발표한 21쪽짜리 성명서에서 우선 비난의 초점이 된 ‘자주색 코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코드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위협을 느낄 때 보안요원이나 정신과전문의를 긴급 호출하는 시스템으로 2014년 이후 이의 적용빈도에서 흑인환자가 백인환자의 2배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명서는 또 벤 대니엘슨 박사가 원장으로 재직했던 센트럴 디스트릭의 산하기관 오데사 브라운 아동병원(OBCC)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의 신망을 받았던 흑인의사 대니엘슨은 작년 11월 병원 측의 고질적 인종차별에 항거하며 사표를 제출, 서북미 유일의 소아과 종합병원인 SCH의 비리에 사회의 이목이 쏠렸었다.


SCH는 지난 1월 에릭 홀더 전 연방 법무장관이 운영하는 워싱턴DC 소재 커빙턴&벌링 법률회사를 고용, 이 병원의 제도적 인종차별을 심도 있게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커빙턴은 약 7개월간 1,000여명의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뒤 ‘고위직 임명, 승진인사 및 자발적 사퇴 등에서 인종차별이 상존한다’는 등 11가지 문제점을 제시했었다.

시애틀타임스는 SCH의 이사 23명 중 약 70%가 백인이며 흑인은 13%, 아시안과 히스패닉은 각 9%인데 반해 전체 환자 중 백인은 46%, 히스패닉은 18%, 아시안은 10%, 흑인과 혼혈인종은 각 6%씩이라고 보도했다.

SCH는 이날 성명에서 앞으로 18개월 안에 공정성, 다양성, 투명성, 포용성에 근거한 병원 운영지침을 개발하겠다고 밝히고 모든 이사들이 매년 반 인종차별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하며 산하기관 OBCC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제고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흑인인권단체인 ‘킹 카운티 평등(KCEN)’은 SCH의 성명 내용이 ‘PR 일색’이라며 스페링 CEO와 벳처 이사장을 즉각 해고하고 OBCC의 소유권을 흑인사회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