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배우 존 보이트의 연기 인생과 삶의 철학

2021-08-2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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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TV 시리즈 ‘레이 도노반’ (Ray Donovan)

배우 존 보이트의 연기 인생과 삶의 철학

존 보이트


존 보이트(82)는 팔순 할아버지답지 않게 씩씩하고 쾌활했다. 마치 청년처럼 생명력이 넘쳐흘렀는데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에 힘차게 대답했다.‘커밍 홈’(1977)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베테란 배우 보이트를 영상 인터뷰했다. 그는 케이블 TV 쇼타임의 인기 장수 시리즈‘레이 도노반’(Ray Donovan)의 마지막 시즌 촬영차 머문 뉴욕에서 인터뷰에 응했다.‘레이 도노반’은 유명 인사들의 비리 해결사인 레이 도노반(리에브 슈라이버 분)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 시리즈로 보이트는 레이의 전과자 아버지 미키로 나온다. 보이트는 또 영화‘로 대 웨이드’에서 1973년 임신 중절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연방 대법원의 대법원장 워렌 버거로 나온다. 보이트는 앤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배우 존 보이트의 연기 인생과 삶의 철학

TV 시리즈‘ 레이 도노반’(위)과 영화 ‘커밍 홈’ 화면 캡쳐.


-영화배우인 당신이 TV작품에 나오면서 느낀 소감은 어떤지.


“영화 산업은 그 동안 세월과 함께 천천히 변화를 거쳤다. 나는 운이 좋아 그 변화를 모두 목격하고 경험했다. 흑백영화가 총천연색 영화로 스탠다드 규모의 화면은 와이드 스크린으로 변형됐다. 옛날에는 영화배우가 TV에 나오면 영화 배우로서 쌓은 경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해 이를 금기시했다. 그러나 쇼타임 같은 케이블 TV가 지상파 방송이 해내지 못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레이 도노반’과 같은 훌륭하고 묵직한 드라마를 만들면서 일반인들과 배우들의 TV작품에 대한 안목에도 변화가 왔다. 이에 따라 극장과 TV가 경쟁을 하게 됐다.‘레이 도노반’은 영화나 다름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웃고 한숨 쉬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극장을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작품이 주는 감격을 완전히 흡수하는 데는 극장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끝나는 것이 섭섭한가.

“미키는 연기하기에 독특한 인물이다. 그동안 배우로서의 나의 성공은 이런 남다른 역을 했기 때문이다. 생애 마지막 시기에 이 시리즈로 하여금 큰 인기를 얻고 아울러 사람들의 주의를 모으게 된 것이야 말로 팬들이 내게 보내는 작은 키스와도 같다. 미키 노릇 하기가 아주 즐거웠지만 고된 작업이었다.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은 영화처럼 2시간 계속되는 2편의 에피소드로 끝난다. 극본을 읽어보니 매우 야심차고 아름답고 또 시적이더라. 그러니 기대하시라.”

-‘로 대 웨이드’에서 대법원장 역을 맡았는데 당신의 미 헌법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나는 헌법에 대해 매우 강렬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 문서야 말로 대단한 것이다. 나는 그 문서를 작성한 우리나라 건국의 아버지들을 하나님이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안에‘우리가 믿는 하나님 안에서’라는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을 작성한 사람들은 매우 현명한 사람들이었고 지금까지도 우리의 구원자들로 남아있다. 헌법은 작성 때와 마찬 가지로 지금도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모든 문제에 대한 대답이 그 안에 있다. 헌법은 지혜와 사랑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으니 우리는 그 것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어떤 뉴스를 보고 경악한 일이라도 있는가.

“최근에 충격과 함께 매우 언짢았던 것은 오래 전에 북한을 탈출한 젊은 여자가 컬럼비아대학에서 경험한 일을 적은 것을 읽고서였다. 그는 학교에 자유와 진리 추구가 결핍된 것이 북한과 같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를 읽고 정말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에 대한 터무니없는 공격이다. HFPA야 말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다인종의 사람들로 구성됐고 또 그 것이 할리우드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한데도 이를 생각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공격하다니 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TV에서 당신 영화가 나오면 보는가.

“어떤 영화들에는 잠깐 눈길을 주지만 강한 흡인력을 지닌 또 다른 어떤 것들은 끝까지 본다. 따라서 나는 가끔 나 자신을 보는 죄를 짓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주 바빠서 늘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내 생애 이렇게 많은 일을 해온 나야말로 축복 받은 사람이다. 감사할 뿐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또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준 일을 한 것을 생각하면 그저 기쁠 뿐이다.”

-여성의 임신 중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다. 따라서 정부가 매사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유는 아주 중요하지만 성적 방종은 기피할 일이다. 도덕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출생의 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새 생명과 새 영혼을 낳는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일이다. 성적으로 방종한 사람들은 임신을 가능하게 할 일은 하면서도 그로 인한 생명의 출생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임신은 막중한 책임이다. 따라서 임신중절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성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당신은 출연작품의 영감을 주는 꿈이라도 꾸는지.

“나는 꿈을 많이 꾼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발견하곤 한다. 또 내가 바라는 것도 꿈속에서 찾아낸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요즘에는 우스운 꿈을 많이 꾼다. 내가 아마도 보다 나은 인간이 되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젠 옛날처럼 무서운 꿈은 꾸지 않는다. 나는 세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는데 그 때 자주 어느 남자가 꿈속에 나타나 내게 그림을 가르쳐 주곤 했다. 이런 꿈을 계속해 꾸다가 여섯 살 때 아버지와 함께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그림이 영화만 못하다는 것을 알고 그 것에 전념하기를 중단했다. 그러자니 좀 슬펐는데 그렇다고 그림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은 좋아진다기보다 그렇지 않게 변해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 손자들에게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들의 손자들을 위해 걱정할 일이 너무 많다. 나는 내 손자들에게 전할 말을 그림과 시로 적어 주곤 한다. 사랑과 지도와 안내가 담긴 내용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손자들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늘 얘기를 나눈다. 요즘은 모든 것이 자기선전의 때여서 사람들이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이런 현상은 초등 학교 교육에서 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를 낙관하는지.

“나는 낙관론자이다. 미래에 대해 희망을 느낀다.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세상사에 책임을 지면서 불의와 거짓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많은 좋은 사람들에 의해 훌륭한 일들이 행해지고 있다. 이들이 승리하기를 희망하는데 그러기에는 하나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들의 기도가 그에게 들려 기도하는 것이 이뤄지리라고 믿는다. 하나님은 계획이 있으니 두고 보면 안다. 나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행하면 하나님이 모든 일을 잘 돌봐 줄 것으로 믿는다.”

-얼마 전에 ‘딜리버런스’에서 당신과 공연한 네드 베티이가 사망했는데 그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영화를 감독하기 위해 영국에서 온 존 부어맨이 미국 지역 극장에서 연기한 베이티를 보고 4명의 주인공들 중 그를 맨 먼저 배역으로 선정했다. 문명의 자연 침해에 대한 경고인 이 영화에서 공연한 네 명 중 자연에 대해 정통한 사람은 베이티 하나였다. 영화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베이티가 촌사람들에 의해 겁탈을 당하는 것인데 그는 이 장면을 추하지 않고 과감하고 진실하게 연기했다. 나는 지금도 그가 이 역으로 오스카 조연 상 후보에 올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참으로 뛰어난 배우로 이제 평화로운 곳에서 영화에서처럼 카누로 급류를 타면서 즐기고 있을 줄 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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