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경보호운동이 나를 구했어요”

2021-08-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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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고교생 한나 박 ‘빛을 발하라’프로그램으로 시련 극복

올 가을 아번고등학교 2학년생이 되는 한인 2세 한나 박(16)양은 코비나 팬데믹에 더해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겪어왔던 ‘집콕’의 질곡에서 벗어나 요즘 ‘빛을 발하는’ 보람된 삶을 살고 있다.

한나의 한인 아버지와 몽골인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하다 파산한 후 각각 아마존 물류창고와 카지노 식당에서 온 종일(때로는 밤에도) 일을 하고, 한나는 매일 혼자 집을 지키며 원격수업을 받는다. 공부가 어려워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 좌절감과 외로움 때문에 한나는 살맛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한나가 지난봄 불우청소년 돕기 비영리기관인 ‘빛을 발하라(Unleash the Brilliance)’를 발견했다. 그녀는 곧 이 기관의 환경보호 도우미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 달 한나는 또래들과 함께 레이크 유니언에서 카약을 타고 호반에 버려진 물병과 플라스틱 봉지 등 쓰레기를 수거했다. 어떤 때는 야산이나 도로변에 나무를 심기도하고 공원과 산림 등 공유지 하천의 수질을 검사하기도 한다.

환경보호 도우미 그룹은 대부분 사우스 킹 카운티 지역의 청소년들로 구성돼 있다. 거의 모두 불우가정 출신이거나 ‘과거’를 가진 젊은이들이다. 무단결석과 낙제는 보통이고 마약복용과 절도행각으로 교도소 신세를 진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빛을 발하라’ 창설자인 테렐 도지는 이들을 ‘위기의 아이들’이 아닌 ‘악속의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친자녀 4명처럼 정성을 들여 훈육한다.

지난 2008년 이 기관을 창설한 후 문제 청소년 수백 명을 선도한 도지는 자신도 고교를 중퇴했고 20여년 전에는 마약사범으로 체포돼 복역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흑인인 그는 거의 평생을 최저임금 노동자로 일했다며 모처럼 컴퓨터 도매업소에 정규직원으로 취직해 일하다가 갓 들어온 대학졸업생 직원이 자기보다 봉급을 훨씬 많이 받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게을리 한 청년들이 자신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비영리기관 ‘빛을 발하라’를 창설했다고 설명했다.

도지는 현재 24명인 환경보호 도우미들을 내년 여름에는 100명으로 증원하기 위해 주정부로부터 최근 15만달러 그랜트를 받았다. 2018년에는 청소년 교육 및 건강 프로그램인 ‘어린이를 위한 최선의 출발’에서도 110만달러를 지원 받았다. 환경보호 행사에 참여하는 도우미들은 시간당 15달러를 보수로 받아 다른 직종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과 비슷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도지는 설명했다.

한나 양은 난생 처음으로 올 여름 카약을 타봤다며 ‘빛을 발하라’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지금도 집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 프로그램이 확장되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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