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소룡 외연이 넓어진다”...시애틀타임스 “미나리 외국영화로 잘못 분류했다”지적

2021-07-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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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계 연예인들, 할리우드 인종편견 넘어 왕성한 활동

“이소룡 외연이 넓어진다”...시애틀타임스 “미나리 외국영화로 잘못 분류했다”지적
할리우드의 주연급 톱스타 반열에 낀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이소룡(브루스 리)이 타계한지 반세기가 흘렀어도 미국 영화계의 인종편견 벽은 여전히 높지만 이제 많은 아시안 영화인들이 쿵푸스타 이소룡이 뛰어넘었던 그 벽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남가주대학(USC) 아넨버그 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할리우드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크게 히트한 영화 1,300편에서 대사가 딸린 주인공 5만1,159명 중 동양계나 아태계는 5.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동양계나 아태계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44편뿐이었고 전체 1,300편 영화 중 40%는 아예 동양계 인물이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또 주요 영화사의 최고위직 중 93%가 백인이고 80%가 남자라고 밝히고 넷플릭스, 소니, 워너 브로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8개 영화사 및 스트리밍 회사 중 동양계나 아태계 고위직은 6.4%에 불과하고 회장이나 최고경영자 직을 맡은 동양계는 한 사람도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동양인을 폄하하는 고정관념과 인종편견은 좀체 가시지 않는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하지만 작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기생충’이 최고작품상을 수상한데 이어 금년에도 한인 배우 스티븐 연이 영화 ‘미나리’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고, ‘미나리’ 자체가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서 수상작 후보로 오르는 등 할리우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타임스는 특히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부문 출품작으로 분류됐던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가 여전히 외국인 혐오증의 고질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며 이 영화는 미국인인 리 아이삭 정이 감독했고 출연자들도 미국인이었으며 미국에서 촬영됐는데도 외국어 영화로 분류함으로써 최우수 작품상 수상 기회를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타임스는 이소룡도 미국(샌프란시스코)에서 출생해 워싱턴대학을 중퇴했는데도 할리우드가 그를 ‘본질적 외국인’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홍콩으로 건너가 쿵푸배우로 입신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또 1960~70년대 이소룡이 주연했던 영화들이 여배우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근육질의 무술대결이었던 것과 달리 요즘 아시안 영화들은 2018년 히트한 ‘겁나게 돈 많은 아시아인들’ 이후 할리우드 영화의 본질인 로맨스를 가미하고 있으며, 그런데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동양적 스토리나 동양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할리우드 진출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은 2~3년전에 불과하다며 요즘 많은 동양계 인재들이 배우는 물론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막후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시애틀을 비롯한 여러 대도시에서 커뮤니티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극장과 영화관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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