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슨 성 발렌시아 Regency KJ Realty 대표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작년 여름부터,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시작하여 드디어 마스크를 하나둘씩 벗기 시작하는 지금 현재까지도 LA 지역에서의 골프부킹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대면 금지가 철저히 시작되던 작년부터 오직 골프만 대면이 허용되어, 그나마 시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던 운동이었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프장으로 몰려들어서 자리잡기가 어렵기도 하였거니와, 골프라고 하면 한국에서부터 그 비싼 골프비용과 어렵디 어려운 부킹에 한이 맺혀 있었던 터이라 LA 시내 뿐만 아니라 두어시간씩 떨어진 외곽에서도 항상 한국사람들이 성황이고 지금 현재도 골프예약이 쉽지 않아서 일주일전부터 밤 12시 혹은 새벽 6시에 알람시계를 맞추어 두고 잠을 설쳐가며 온라인 예약을 하시는 분들이 대다수 일 것이리라. 그러던 어느 하루 오랜만에 구름 하나 없는 좋은 날씨에 인근 시내 인근 골프장에서 시원하게 트인 페어웨이 를 바라보며 신나게 흰 볼을 날리게 되었다.
근데, 잘 맞아 날라간 볼이 하필 다른 사람들이 스윙으로 파 놓은 디봇(Divot)에 들어가 볼이 반 가까이 가라앉아 있는 게 아닌가? 이걸 어떻게 쳐야 하나, 세워서 찍어야 할텐데, 그러면 볼이 날카롭게 날라가서 거리가 맞지 않을텐데. 좋아! 다리에 힘주고, 볼 끝까지 보고 힘차게 휘둘러서 운좋게 잘 맞았다. 볼은 똑바로 잘 날라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낮게 떠서 그린을 지나서 뒤쪽 벙커로 “깔끔하게”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게다가 그린이 위쪽으로 경사가 심하고 핀이 그린 뒤쪽에 위치해 있어서, 벙커샷이 더없이 불편하다. 고심해서 날린 벙커샷이 역시 예상대로 그린 앞쪽으로 다시 굴러가서 엣지(Edge)로 나가고, 롱 퍼팅이 그리 쉽나 결국 세번의 퍼팅으로 “깔끔하게” 더블 보기(Double Bogey)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저렴한 골프비에 카트까지 타고 좋은 친구들과 스트레스 해소하며 이렇게 좋은 시간 보낼 수 있는 게 어디냐. 좋은 공기 마시면서 운 좋게 잘 맞은 볼도 원래 내 실력이라고 착각도 해보고, 옆 선수 굳 샷 칭찬도 해주고, 얄밉게 잘 치는 선수의 실수 샷 안타까운 척하면서 속으로 좋아해 보기도 했다. 그래도 더블보기로 마치게 된 것이 못내 아쉽기는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볼을 옮겨 놓고 쳐야 하나? 그건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너무 잘 안다. 골프의 규칙을 각자가 스스로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것이 골프의 1장1절 아닌가.
멋지게 잘 날라간 볼을 찾아서 가 보면, 움푹 패인 곳에 들어가 있거나, 주위 풀이 무성한 곳에 있거나, 큰 나무 뒤에 찾기도 힘들게 숨어 있는 경우를 참 많이 당한다. 처음 골프 시작할 때는,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이 안 볼때 슬쩍 골프채로 툭쳐서 옆으로 옮겨 놓고 치기도 했다. 내 볼이 맞나 확인하는 것처럼 하면서 볼을 슬쩍 들었다가 옆으로 놓기도 했다. 골프하는 사람중에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볼을 옮겨 놓고 쳐서 그 라운드 점수 좋은 사람 하나도 못봤다. 우선 맘이 불편하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 신경쓰니까 될 볼도 잘 안된다. 규칙을 어겼다는 가책이 18홀 내내 따라 다닌다. 그러면 그렇게 잘 되던 치핑(Chipping)이나 퍼팅(Putting)도 내내 애를 먹인다. 차라리 그냥 있던 그 상태에서 쳐서, 그 홀에 더블, 트리플을 하더라도, 당당하고 개운하게 마치는 편이 나았다고 몇 번을 후회한 기억들이 모든 골퍼들에게 다 있을 것이다.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사느냐, 아니면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그려놓은 목적을 위하여 작고 사소한 일들은 규칙과 상식과 순리를 어겨도, 그 자기 자신의 목적이 이 모든 비정상적인 수단을 정당화해 줄 수 있다는 혼자만의 착각 속에 사느냐가 큰 문제다.
우리는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선택의 문제에 부닥치며 살아간다. 큰 길로 가다가 한 두번 실수로 작은 우회길로 빠지는 경우는 어느 정도 허락이 될 수도 있지만, 한번 옳지 못한 길로 들어서는 것을 자기 스스로 허락하게 되면, 다시는 절대로 큰 길로 돌아오지 못한다. 한번 골프 볼을 옮겨 놓기 시작하면 매번 스윙할 때마다 볼을 옮기지 않고는 그 볼을 칠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규칙은 우리 모두 스스로 지키자고 있는 것이다.
문의: (661)373-4575
이메일: JasonKJreal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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