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작가들이 만드는 LA 현대미술
2021-06-01 (화) 12:00:00
하은선 기자
▶ USC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 재개관 기획전
▶ 비디오 아티스트 이아리씨‘보자기’출품

한인 비디오 아티스트 이아리(오른쪽 두 번째)씨가 지난해 3월 USC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에서 열린 개막 행사에서 전시 참여 작가들과 함께 했다. [이아리 작가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여간 문을 닫았던 USC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USC PAM·관장 베다니 몬태가노)이 지난달 29일 재개관과 더불어 박물관의 역사를 회고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시아 문화의 탈식민지화를 선언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개막했지만 일반 공개가 제대로 되지 못했던 기획전 ‘우리는 여기에: LA 현대미술과 아시안의 목소리’를 연장 전시하며 아시안 여성 작가 7명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한국 작가로 이번 전시에 참여한 비디오 아티스트 이아리씨는 아시안 가정의 오래된 빈티지 홈 무비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변형해 퀼트 패턴으로 결합시킨 비디오 아트를 출품했다. 만화경의 효과를 내는 이 작품은 ‘보자기’(빛에 대한 추억들)라는 제목으로 ‘패턴: 코드’ 시리즈의 일부인 직물 패널 작품 ‘타임시트’(Timesheet)와 함께 전시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가족 이민을 온 이씨는 예일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학원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예술학 석사를 취득했다. LA에 거주하는 이씨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과 01SJ 비엔날레, 오렌지카운티 현대미술관 등이 위촉한 다수의 비디오 아트 작품이 있으며 애플TV의 유튜브 데모로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비디오 ‘미’(Me)로 현재 9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씨는 “실리콘 밸리에서 테크놀러지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부분적으로 이끌어낸다”고 밝혔다. 예술과 인문학, 과학과 수학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이씨는 사회에서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종종 다른 성별로 분류되는 사물에 대한 두 가지의 다른 접근방식을 탐구해왔다고 설명했다.
퍼시픽 아시아 뮤지엄은 지난 1971년 설립된 남가주 유일의 아시아 미술관으로 태평양과 동양의 미술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내 4대 박물관 중의 하나이다. 유수한 소장품을 통하여 미술과 대중이 만나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학술과 휴식의 공간은 물론 타 문화와의 접촉을 통해 자아 발견을 도모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베다니 몬태가노 관장은 “지난 2008년 불법 유출된 아시아 미술품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행해진 남가주 지역 박물관 4곳 중 하나였다”며 “식민지 시대 도굴이나 약탈 등으로 불법 유출된 문화재 여부를 규명하면서 남가주 유일의 아시아 아트 뮤지엄으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아시안 작가들을 발굴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런칭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 증오 범죄가 급증하면서 뮤지엄이 나서서 컬렉션 운영 및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오리엔탈리즘을 해체하고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고 변화시키고자 박물관의 역사에서 변곡점이 되는 ‘우리가 여기에’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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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