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흑·백인 두 죄수의 탈옥으로 본 사회적 문제점 그려

2021-05-28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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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흑과 백’ (The Defiant Ones) ★★★★½(5개 만점)

흑·백인 두 죄수의 탈옥으로 본 사회적 문제점 그려

쇠사슬에 함께 묶인 노아와 존(왼쪽)은 자유를 향해 필사의 도주를 한다.

흑백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진진하고 또 의미심장한 것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컸던 스탠리 크레이머가 제작하고 감독한 1958년 작 이 흑백 영화다. 시드니 포이티에와 토니 커티스가 주연한 명작으로 쇠사슬에 함께 묶인 흑인과 백인 두 죄수의 탈출과 도주의 이야기다.

미 남부의 두 죄수 흑인 노아(포이티에)와 백인 존(커티스)을 태우고 가던 트럭이 사고로 전복하면서 쇠사슬과 쇠고랑으로 함께 팔목이 묶여진 둘은 도주를 시작한다. 둘은 서로를 죽도록 증오하면서도 자유를 향한 도주를 위해 이를 억제한다. 둘은 서로 육박전을 벌이고 욕설을 주고받다가도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휴전에 들어가곤 한다.

노아와 존은 도중에 마을 사람들에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한 농가의 고독과 섹스에 굶주린 젊은 홀어머니로 인해 배신의 유혹을 받기도 하지만 서로를 묶은 쇠사슬을 끊은 후에도 함께 달아난다. 둘을 묶었던 쇠사슬이 노아와 존을 친구이자 동료로 만들어준 것이다.


라스트신이 인상적이다. 달리는 화물열차에 먼저 올라탄 노아가 안간힘을 쓰면서 뒤따라 달려오는 존을 향해 팔을 길게 내뻗지만 존이 이를 잡지 못하자 노아는 존을 버리지 못해 기차 밖으로 굴러 떨어진다. 그리고 노아는 존을 품에 안고 흑인영가를 부른다. 동료애에 의한 흑백통합이다.

형제애와 우정, 증오와 편견 그리고 인종 간 대결의식과 가혹한 미 형벌제도를 고찰한 영화로 모질고 가혹하면서도 얄궂은 유머와 박력 있는 액션을 고루 갖춘 작품이다. 커티스와 포이티에의 연기가 강렬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예쁜 남자로 취급 받던 커티스가 사납고 거친 연기를 맹렬히 해낸다. 포이티에 역시 훌륭한데 그는 이 역으로 베를린영화제서 주연상을 탔다. 둘은 이 영화로 빅 스타가 된다. 영화는 오스카 각본과 촬영상을 받았다. 개봉 당시만 해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 남부에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대부분 다른 곳에서는 호평과 함께 흥행도 잘 됐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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