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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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안가고 기도 안하고 경전 안읽는 3무 불자 급증

2021-05-27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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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8일, 양력 5월19일) 하루 전과 하루 뒤 두 차례에 걸쳐 무늬뿐인 불자들을 혼내는 것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21’이 그것이다. 1984년부터 몇 년 주기로 실시된 조사결과를 종합해 분석한 이번 발표는 한국인의 종교현황과 종교인식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로 평가된다.

자신을 특정 종교인이라고 답한 사람이 40%밖에 안되는 등 한국의 무종교화 탈종교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무종교인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감을 갖는 종교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에서는 불교(20%)가 천주교(13%)와 개신교(6%)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는 답변 비율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2004년 33%, 2014년 46%, 2021년 61%)를 감안하면 저 20%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게다가 불교인들의 신행생활은 타종교인들에 비해 매주 빈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절에도 안가고, 경전도 안읽고, 기도도 안하는 ‘3무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 것이다. 주1회 이상 자신이 믿는 종교시설에 방문하는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 자칭 불교인의 1%만 주1회 이상 절에 간다고 응답, 개신교인(57%)이나 천주교인(42%)의 비교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분량이 얼마가 됐든 관계없이 하루 1회 이상 경전을 읽는다는 불교인 역시 고작 1%였고, 주 1회 이상 경전을 읽는 불자도 3%(2014년 조사에서는 11%)에 불과했다. 불경을 아예 읽지 않는다는 불교인은 무려 66%에 달했다. 절에도 가지 않고 경전도 읽지 않으면 기도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이나 하루 1회 이상 기도한다는 불교인 비율은 겨우 5%였다. 기도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불자는 42%나 됐다.

자기종교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불교인들이 가장 느슨했다. 즉, ‘개인생활에서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묻는 항목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답한 불교인 비율이 62%로 개신교인(90%) 천주교인(85%)과 견줄 수준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가주 한인불자들은 어떨까. 한국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에서 불자를 자처하는 만큼, 숫자는 적어도 신행은 더 견실할까. 가뜩이나 몇 안되는데 절 몇 곳이 약 10년 새 아주 사라지거나 있어도 없는 것처럼 된 걸 보면 선뜻 그렇다 할 수도 없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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