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꿈과 희망 그리고 좌절^허상을 그린 작품

2021-05-14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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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51) ★★★★½(5개 만점)

미국의 꿈과 희망 그리고 좌절^허상을 그린 작품

평생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윌리 로만은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의 산 증인이다. 뒤는 윌리의 아내 린다.

아서 밀러가 1949년에 써 퓰리처상을 탄 연극이 원작으로 아메리칸 드림과 물질주의에 관한 가차 없는 기소이다. 미국의 꿈과 희망 그리고 이 것들의 좌절과 허상을 그린 음울한 현대판 고전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돼 토니상을 탔다. 주인공 윌리 로만을 무대와 스크린과 TV 등에서 연기한 배우들로는 리 J. 캅, 프레데릭 마치, 흄 크로닌, 빈센트 가데니아, 조지 C. 스캇, 브라이언 데니히, 핼 홀브룩 및 더스틴 호프만 등.

콘크리트와 창으로 둘러싸인 뉴욕의 아파트에서 살면서 여행을 하며 여자의 스타킹 같은 물건들을 팔아 착한 아내 린다(밀드레드 던녹)와 둘째 아들 해피(캐메론 미첼)를 부양해온 윌리 로만(프레데릭 마치)은 평생 세일즈맨 노릇에 영육이 몽땅 뭉그러진 사람. 윌리가 갖다 주는 돈으로 집 페이먼트 내고 간신히 살림을 꾸려 나가느라 란다도 시들대로 시들었다. 해피는 직장에는 다니지만 윌리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

윌리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이 장남 비프(케빈 매카시)인데 비프는 이상주의자여서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를 거부한다. 윌리는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전부 한 때 장래가 촉망되던 비프에게 거는데 비프가 이를 이루어주지 못하자 크게 실망한다.


아들을 통해 자기 꿈을 대리 실현시키려는 윌리와 이를 거부하는 비프는 그래서 충돌이 심하다. 비프가 윌리의 멱살을 붙잡고 “나는 별 볼일 없는 흔해빠진 사람이란 말이에요”(I am a dime a dozen)라며 헛된 꿈을 깨라고 울부짖는 장면이 통렬하다.

36년간의 세일즈맨 노릇에 지쳐 헛소리까지 하면서 정신이 붕괴되어가는 윌리는 지금까지의 자기 삶이 성공적인 것으로 생각해오면서 낡아빠진 자존심과 보잘 것 없는 가치관에 매달려 살아왔다. 그런 그가 ‘아 결국 나도 별 볼일 없는 흔해빠진 사람이었구나’라고 깨달았을 때 그는 결국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윌리의 무덤을 찾아온 린다가 “여보 오늘 마지막 집 페이먼트 했어요”라고 독백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집의 소유라는 한 아메리칸 드림이 모질게 이뤄지는 장면으로 한 평범한 인간과 기정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처참하다. 라즐로 베네딕 감독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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