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루가스 마시면 월경불순 초래”

2021-05-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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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건주 연구원, 작년 시위참가자 2,200명 설문조사서 밝혀

“최루가스 마시면 월경불순 초래”
각종 시위에서 경찰의 최루탄 가스를 흡입한 젊은 여성은 월경불순을 겪을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소재한 카이저 퍼마넨티 건강연구센터의 브리타 토그림슨-오제리오 연구원은 작년여름 시위 참가자 2,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젊은 여성의 과반수인 899명이 최루가스 흡입 후 월경주기가 변동됐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 관련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토그림슨-오제리오 연구원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최루가스가 월경을 하는 여성들에게 주기가 바뀌거나 월경 양을 증감시키는 등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이번 조사에서 분명히 밝혀졌다며 최루가스가 임신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분야 과학자들이 연구해야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시위 참가 도중 최루가스를 흡입한지 2~3시간 후 신체에 이상 증세를 느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80%가량 됐다며 가장 많이 꼽은 증상은 호흡곤란이었다고 덧붙였다.

루이빌대학 의대의 키라 테일러 교수는 토그림슨-오제리오의 조사연구가 최루가스와 월경불순 간에 관계가 있다는 속설에 “최초로 견고한 증거”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최루가스 노출의 장기적 영향을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최초의 보고서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는 이번 조사의 대상자가 무작위로 차출되지 않았고 자진 참가자를 모집해 익명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어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루가스에 노출됐지만 신체적 이상을 느끼지 않은 사람들은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듀크대학 의대의 스벤-에릭 조트 교수는 경찰 등 정부당국이 내세우는 최루가스의 안전성은 대부분 50~70년 전의 구태의연한 이론으로 현대에 개발된 무서운 독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며 옛날 조사는 젊고 건강한 경찰 및 군인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 여성은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조트 교수는 또 최루가스가 아니라도 통증, 과로, 스트레스, 탈수증 등도 시위참가 여성들에게 월경불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어쩌면 최루가스 성분이 인체의 내분비(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는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최루가스와 월경불순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10여년전 소위 ‘아랍의 봄’ 시위 때 참가자들 사이에 처음 운위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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