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종증오 한인 희생자들에 위로의 선율”

2021-04-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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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반위의 여제’피아니스트 서혜경

“인종증오 한인 희생자들에 위로의 선율”

서혜경(사진)

■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한국인 최초 최고상
■ 내달 15일‘힐링 투게더 온라인콘서트'

서혜경(사진)은 늘 ‘한국인 최초’, ‘건반위의 여제’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열정과 화려한 색채의 선율로 전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서혜경은 1980년 세계 권위있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의 최고상(1위없는 2위)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 지금까지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화려한 수상경력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서혜경은 유방암을 극복하고 불사조처럼 일어선 뒤 세상을 관조하며 깊이가 더해진 연주기량으로 ‘피아노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노래하는 ‘황금빛’ 피아노 톤과 다채로운 음색이 강점으로 알려진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쇼팽,리스트, 슈만, 멘델스존, 브람스,부조니,안탄 루빈스타인, 라흐마니노프, 호프만,레빈, 고로드니치끼, 라이젠버그로 이어지는 로맨틱 스타일 피아노 연주 계보를 잇는 오늘날 몇안되는 피아노 연주자란 평가를 받는다.

■교수직 접고 연주자로서의 삶
지난 2019년 경희대 교수와 맨하탄 음대 교수로, 연주자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던 바쁜 생활을 접고 뉴욕에서 연주자로서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2006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8번 항암치료와 33번의 방사선 치료, 수술 성공 후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게 됐다.

그는 “급행열차처럼 달려가며 너무 강행군을 하다 유방암이란 암초를 만났다. 이후 유방암을 극복한 후 나자신과 세상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연주는 더욱 깊어지고 피아노 선율은 다채로운 삶을 녹아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코로나19 환자 및 가족들을 위로하는 응원 메시지를 담은 연주 영상에서 그가 들려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은 전염병에 지친 전 세계인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이 희생된 애틀랜타 총격사고를 비롯 연일 터지는 아시안 증오범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음악회를 갖는다.

■인종차별의 벽을 넘다
어릴적 일본 유학 및 미국 유학생활을 거쳐 성인이 되어서도 인종차별을 겪었던 서혜경은 1980년 부조니 콩쿠르 당시 1위없는 2위라는 우승을 기록했다. 동양인 여성 연주자가 입상까지 오른 것은 당시 분위기에는 상상조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한국을 알린 한국인 1세대 연주자로 교량역할을 한 덕분에 부조니콩쿠르에 한국 음악가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한국인 연주자들이 입상하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아시안 증오범죄 희생자들에 위로의 음악을 선사하다
온몸으로 인종차별을 느껴온 그가 최근 불같이 번지고 있는 아시안 증오범죄에 맞서 피해자들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응원을 보내는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내달 15일 오후 8시(뉴욕시간) 뉴욕한인회 주최 힐링 투게더 온라인콘서트에서 애틀랜타 총격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안 증오범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희생자 가족 및 일상생활에서 증오범죄 피해를 입는 한인들을 위로하는 피아노 선율을 선사한다.

연주곡은 멘델스존의 ‘론도 카프리치오소’와 스감바티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중 ‘정령들의 춤’, 쇼팽의 녹턴(야상곡)(Nocturne in C#minor)이다.

서혜경은 특히 ‘정령들의 춤’과 관련 애틀랜타 희생자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낼 예정이다.

■피아노로 그리는 그림
2019년 드뷔시, 리버만, 무소르스키 등의 음악세계를 담은 음반 ‘피아노로 그리는 그림‘(Sound Painting)을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서혜경은 ’황금빛‘피아노 톤과 다채로운 음색을 담아낸다. 단순히 열정적인 것이 아닌 다채로운 삶을 색깔로 표현해내는 그의 연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는 “피아노 선율에도 다양한 색깔이 있다”며 “앞으로 로맨틱 스타일의 연주작업을 지속해나가며 ‘영원한 최고의 연주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11살 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국립교향악단과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를 시작으로 연주활동을 시작, 예원학교 2학년 재학중 일본으로 건너가 다나카 가요코에게 사사하고 뉴욕매네스 음대 예비학교에서 나디아 라이젠버그에게, 줄리어드 음대에서 사샤 고로드니츠키에게 사사했다.

1980년 세계적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인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 한국인 최초의 최고상을 수상하고 독일 뮌헨 ARD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없는 3위를 거머쥐는 등 국제적 명성에 날개를 달게 됐다.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줄리어드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은 서혜경은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 등 낭만주의 러시아 작곡가들의 피아노 작품의 탁월한 해석가로 이름이 나 있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슈만, 브람스, 드뷔시, 라벨에 이르는 넓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런던 필, 로열 필하모닉,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모스크바 필하모닉, 상하이 심포니 등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으며 리카르도 무티, 샤를 뒤투아, 이반 피셔, 드미트리 키티엔코, 파벨코간, 알렉산더 드미트리예프, 롱유, 정명훈 등 세계적인 마에스트로들과 호흡을 맞췄다, 스타인웨이 아티스트인 서혜경은 라자르 벨만, 벤 클라이번 등과 함께 카네기홀에서 열린 스타인웨이 창립 135주년 갈라콘서트에 초청돼 연주한 세계 유명 피아니스트 25인중 한명이었다.

대한민국 문화훈장, 윌리암 퍼첵상, 1988년 카네기홀 선정-올해의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있다.

■콘서트 문의: www.kaagny.org (뉴욕한인회)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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