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소수인종 겨냥한 ‘줌 폭격’ 늘었다

2021-04-19 (월)
크게 작게

▶ 인종주의자들, 흑인 등 온라인모임 쑥대밭 만들어

시애틀 소수인종 겨냥한 ‘줌 폭격’ 늘었다
대면 모임이 불가능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서 ‘줌(Zoom)‘ 방식을 통한 온라인 영상 모임이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색인종의 모임에 백인들이 뛰어들어 인종욕설을 퍼부으며 난장판을 만드는 ’줌 폭격‘ 사건이 늘어나 법적 대책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다.

지난 2월 시애틀대학 흑인학생회(BSU)가 ‘흑인역사의 달’ 행사와 장학금 모금 캠페인을 논의하기 위해 줌 미팅을 시작한 직후 갑자기 회원보다 두 배나 많은 ‘하이재커’들이 침입해 BSU 회원학생들을 ‘원숭이’라고 놀리며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회의가 중단됐다.

작년 7월엔 켄트 상공회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팬데믹 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연 줌 미팅에 하이재커들이 몰려들어 흑인과 아시아인들에 인종욕설을 퍼부었고, 심지어 올가미에 목이 걸린 흑인여성의 영상까지 올렸다.


제노비아 해리스 상공회장은 침입자들이 흑인인 자신을 겨냥한 것인지도 모른다며 큰 충격과 분노에 앞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엔 노스 서스턴 교육구 산하의 각 고교 BSU 연합체가 정신건강 문제에 관해 개최한 줌 회합에 정체 불명자가 침입해 흑인혐오 욕설을 퍼붓고 대화 방에도 낙서했다.

관계자는 인종을 문제 삼아 사람을 공격한 것은 이 교육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히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주의회가 보다 강력한 관계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 3월 이후 소수인종의 영상 모임에 인종차별이나 인종혐오 욕설은 물론 포르노 영상까지 동원하며 방해하는 신종 사이버 범죄행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가 없어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컴퓨터 침입, 사기, 인종혐오 등의 혐의로 이들을 처벌할 수 있지만 피해자들이 신고해도 경찰이 이들을 추적해 체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줌 미팅 참가자는 2019년 12월 1,000만명에서 2020년 4원엔 3억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기관인 ‘명예훼손 반대 연맹(ADL)’은 흑인역사의 달이었던 지난 2월 전국적으로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줌 폭격’이 30건 넘게 신고됐다고 밝히고 지난 수년간 악화돼온 인종차별주의, 백인 우월주의 및 극우단체들의 공개적 자존감 과시 등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줌 폭격’을 피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돼 있는 줌의 최신 버전을 이용하고, ▲회합의 암호 ID나 패스워드를 사용하며, ▲참가자에게 회의 내용이 녹화될 것임을 사전 통보하고, ▲조직체의 지도자들과 경찰 등 관계 공무원들에게 줌 폭격 대응 요령을 훈련시키도록 촉구하고, ▲회의 진행자 외에 기술적인 면을 담당할 별도 진행자를 임명해 줌 폭격 사태에 대비할 것 등을 권고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