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섞인 원색비난… ‘野 재편 주도권’ 노림수 분석도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진 지난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4·7 재보선 이후에도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연일 마찰음을 내고 있다.
국민의당 구혁모 최고위원은 12일 당 회의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오만불손하고 건방지다"며 "화합의 정치에 처음부터 끝까지 흙탕물만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전력까지 끄집어내며 "애초에 범죄자 신분"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이 전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야권은 없다"며 지난 재보선에서의 안 대표 기여를 평가절하한 데 따른 날카로운 반응으로 해석됐다.
다만, 안 대표 본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야권의 혁신, 대통합,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나"라며 김 전 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구 최고위원이 안 대표의 분노를 '대리 표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의 언사에 안 대표의 '심중'이 녹아 있었다는 것이다.
구 최고위원은 회의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 없이 한 발언이었다"면서도 "김 전 위원장의 막말에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출격했다.
이 당협위원장은 이날 SNS에서 구 최고위원의 발언 기사를 인용하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더 크게 문제 삼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30대인 구 최고위원과 이 당협위원장이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이 됐다.
이날 양측의 말싸움은 야권 단일화 경선 도중 벌어진 '상왕' 논쟁을 연상시켰다. 당시 안 대표는 단일화 협상에 진통을 겪자 "(오세훈) 후보 뒤에 상왕"이라며 김 전 위원장을 공격했고, 이 당협위원장이 안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겨냥해 "여자 상황제"라고 받아쳤다.
이에 안 대표가 동명이인인 김 전 위원장 부인(김미경 명예교수)을 가리켜 "그분과 착각했나"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양당 통합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자강을 촉구하는 김 전 위원장과 야권 내 더 큰 지분을 노리는 안 대표가 저마다 자신이 바라는 야권 재편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갈등을 부채질한다는 분석이다. 상왕 논쟁이 결국 단일화 주도권 싸움이었다는 것과 같은 논리기도 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마지막 비공개 회의에서 안 대표를 경계하라고 신신당부했다"며 "당내 각인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그러나 "뜬금없이 안 대표를 항해 토사구팽식 막말로 야권 통합에 침을 뱉었다"며 "당이 붙잡아주지 않아 삐친 건가"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안 대표는 당내 여론을 지렛대 삼아 합당 요구사항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최고위에서 앞으로 2∼3주 동안 당원들과 만나 합당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