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美 아시안 증오 독버섯 확산…때리고 모욕하고 깨부순다

2021-04-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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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최근 사례 분석

▶ “나이ㆍ지역ㆍ소득 불문 중국비하 동반한 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위험 수위라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ㆍ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주요 16개 도시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전년보다 149% 증가했다.

뉴욕과 보스턴 등 일부 도시에서는 증오범죄가 전체적으로는 감소했지만,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계를 겨냥해 이렇듯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증오 범죄의 실제 사례를 분석해 5일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언론이 다룬 ‘명백한 증거가 있는 증오범죄’110건은 폭행, 언어폭력, 기물파손 등 세 유형으로 나뉘었다.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나이, 지역, 소득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쿵 플루'(중국 전통무예 쿵푸(Kungfu)와 독감(flu)을 합성해 코로나19 근원이 중국임을 조롱하는 말장난) 등으로 부르면서 증오범죄를 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행 사건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26건 발생했으며, 지난해 한 해 동안 15건이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지난해에는 코로나19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아시아계를 폭행한 경우가 15건 중 14건에서 26건 중 5건으로 줄었는데, 이는 코로나19를 향한 증오가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혐오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3월 시카고에서는 60살 중국계 남성이 여성 두 명에게 침을 맞고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해 3월 뉴욕 맨해튼에서는 23살 한국계 학생이 머리채를 잡히고 얼굴을 주먹으로 맞았으며 “당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지난해 6월 뉴욕주 올버니에서는 미용품점 직원 김모(27) 씨가 한 고객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올해 1월 포틀랜드에서는 한 모자가 버스에서 걷어차였으며 “중국인은 모두 바이러스를 갖고 있고 그것을 우리에게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언어폭력으로 분류된 사건들을 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증오범죄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칭크(chink)와 차이나맨(chinaman) 등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성행했다.

지난해 3월 인디애나주 마틴즈빌에서는 한 한국계 의사가 주유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다가 직원에게 “절대 돌아오지 마라”는 말을 듣고 쫓겨났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이들을 향한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맞서 정치적으로 단결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투표 역사가 짧아 정당일체감이 형성되지 않았으며 부동층을 자처해온 아시아계 미국인이 지난해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연방의회 선거에 출마한 아시아계 미국인은 최소 158명으로, 2018년 선거 당시보다 15% 증가했다.

NYT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차기 뉴욕시장 후보도 아시아계 정치인인 앤드루 양이다.

지난달 23일 컨설팅업체 폰태스 어드바이저스와 코어 디시전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이 16%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으며, 2위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10%)에 6%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 같은 추세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차별이 용인할 수 있는 수위를 넘어 정치를 통해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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