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가 아시안 증오 규탄 시위
▶ 정치인들 대거 동참 ‘침묵은 안돼’ 공감대… LA곳곳 동시다발 시위

27일 증오 척결 시위행진에는 주류 정치인들도 대거 동참했다. 마크 리들리-토마스(오른쪽부터) LA 시의원, 주디 추·지미 고메스 연방하원의원이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상혁 기자]

이날 시위에는 많은 한인들이 가족 단위로 참석한 가운데 한 한인 어린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호하자’는 글귀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박상혁 기자]
“아시안 증오를 멈춰라(Stop Asian Hate)” “더 이상은 안 된다(Enogh is enough)” 정치인부터 단체장, 노인서 어린이들까지 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27일 LA 한인타운 올림픽 블러버드에서 열린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 시위행진에는 한인들은 물론 타 아시아계와 흑인, 라티노 등 범 커뮤니티가 참여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근절을 위한 단합된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줬다.
LA 한인회와 마크 리들리-토마스 LA 10지구 시의원 사무실, 미겔 산티아고 캘리포니아 53지구 주 하원의원 사무실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시위행진에는 참석자들이 한인회가 배포한 ‘Stop Asian Hate’ 문구가 적힌 붉은 옷을 입고 올림픽 블러버드와 베렌도 스트릿 교차점에서 오전 11시께 모여 올림픽을 따라 놀만디 애비뉴 교차점까지 거리를 가득 메운채 행진했다. 현장에서는 꽹과리, 북, 장구 등의 사물놀이가 펼쳐져 분위기를 달구며 평화 시위를 주도했다.
이날 정오부터는 CNN 첫 한인 앵커 출신인 메이 이씨와 스티브 강 LA 한인회의 부회장의 공동 사회로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과 대처를 위한 행사가 진행됐다.
시위를 주최한 LA 한인회의 제임스 안 회장은 애틀란타 총격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한 후, 더 이상의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라티노, 흑인계 등 여러 타인종 커뮤니티가 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다”며 “아시안 커뮤니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증오범죄를 규탄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인 정치인인 존 이 LA 시의원, 데이브 민 가주 상원의원, 테미 김 어바인 부시장 등을 비롯해 주디 추 연방하원의원, 마크 리들리-토마스·미치 오페럴 LA 시의원, 론 갤퍼린 LA시 회계관, 홀리 미첼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미겔 산티아고 가주 하원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과 만주 쿨카니 A3PCON 사무국장, 리사 링 CNN 앵커 등이 연사로 나서 아시안 증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 이 시의원은 “여러 인종들이 시위에 참여해 아시안 증오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다”며 “100년 이상 동안 지속되어 온 아시안을 향한 차별과 증오범죄는 여기서 끝나야 하며, 아시안들은 다른 미국인들과 똑같이 대우받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10살 딸, 아내와 함께 토랜스에서 온 제이 박(40)씨는 “지금 아시안 증오범죄를 멈추지 못하면 앞으로 더많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피해자가 될 수 있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한인들은 목소리를 잘 안 내는 경향 때문에 무시를 많이 당해온 것 같은데 더 이상 잠자코 있을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아시안 라이브스 매터(Asian Lives Matter)’라는 팻말을 든 한인타운 거주 김준남(71)씨는 “요즘에 밖에 나가기가 불안하다. 이런 상황은 절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미국에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살아야 하는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강력히 대항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아내 임순규(64)씨도 “애틀란타 사건은 아직도 생각만하면 너무나도 안타깝다.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목소리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시위에 오늘 처음 참석해봤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LA 다운타운과 웨스트 할리웃, 샌타모니카 대로 등 LA 도심 곳곳에서 아시안 증오 규탄 집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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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구자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