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카운티 신청사 “배보다 배꼽?”

2025-07-29 (화) 12:00:00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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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억불 매입 ‘가스컴퍼니 타워’ 지진 공사 등에 2억4천만불

▶ 업그레이드 비용 더 들어가

LA카운티 신청사 “배보다 배꼽?”

LA 다운타운 벙커힐의 가스 컴퍼니 타워(가운데). [박상혁 기자]

LA 카운티가 정부 청사 이전을 위해 다운타운 중심부에 위치한 ‘가스 컴퍼니 타워’를 2억 달러에 매입했지만, 지진 대비 보강 공사에만 2억3,450만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전망이다. 건물 매입가보다 보강 비용이 더 크다는 점에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LA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현재의 케네스 한 홀 청사가 내진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이전 결정을 내렸다. 1960년에 지어진 케네스 한 홀은 대형 지진 발생 시 붕괴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왔으며, 이를 보강하는 데는 최대 10억 달러가 소요될 수 있다는 추산도 있었다. 이에 따라 LA 카운티는 비교적 현대적인 52층짜리 가스 컴퍼니 타워를 대체 청사로 낙점했다.

문제는 이후 밝혀진 보강 공사 비용이다. 카운티는 지난 주 건물에 대한 ‘자발적 내진 업그레이드(voluntary seismic upgrades)’를 위한 업체 제안서를 최종 접수했으며, 관련 공사비는 총 2억3,450만 달러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보강은 1994년 노스리지 지진 당시 손상 사례가 있었던 철골 골조에 대한 용접 보강 작업이 될 예정이다. 카운티는 올해 10월 계약자를 선정하고, 일부 공사 기간에도 건물 입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LA 카운티 최고경영자(CEO)실 대변인인 레니 라구아르는 “해당 건물은 이미 안전하지만, 향후 수십 년을 대비한 선제 조치로 보강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건물 구입비와 공사비를 합쳐도 기존 청사 보강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던 재니스 한 수퍼바이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업그레이드 비용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 채 매입을 강행한 것은 심각한 판단 착오”라며 “결과적으로 시민에게 ‘보금자리’를 팔고 값비싼 ‘전세집’으로 옮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 수퍼바이저는 또 “이전으로 인해 카운티 정부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시빅센터가 위축될 것”이라며 현재 청사 보수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현재 청사는 재니스 한 수퍼바이저의 부친이자 LA 정계의 전설인 케네스 한의 이름을 따 명명된 건물이다.

가스 컴퍼니 타워는 1991년 완공된 후 한때 LA 다운타운의 대표적 오피스 타워로 평가받았다. 피게로아 스트릿 인근 벙커힐 구역에 위치한 이 건물은 1.4에이커 부지에 약 150만 스퀘어피트의 사무공간을 갖췄다. 팬데믹 이후 오피스 빌딩 가치가 급락하면서 감정가 6억3,200만 달러에 달했던 건물이 2억 달러로 헐값에 거래되며 LA 카운티 정부는 ‘매력적인 매입’이라 자평했지만 후속 보강 비용이 오히려 이를 웃돌게 됐다.

브룩필드 자산운용 계열사가 소유했던 이 건물은 2024년 채무불이행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였다. 기존 주요 테넌트인 남가주 가스 컴퍼니는 이미 인근 ‘투 캘리포니아 플라자’로 이전을 준비 중이며, 2026년 봄까지 이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딜로이트 등 일부 테넌트들도 다운타운의 치안 악화와 환경 문제로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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