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경찰국, 딸 납치한 아빠 사살은 ‘정당’

2021-03-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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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흑인청년 사살한 백인경관에 적법 판정

시애틀경찰국, 딸 납치한 아빠 사살은 ‘정당’
지난해 한살 난 자기 딸을 옆구리에 끼고 경찰에 항거하던 24세 흑인청년을 사살한 시애틀경찰국 SWAT(기동타격대) 대원의 행위가 합법적이며 적합했던 것으로 경찰국이 결론지었다.

경찰국 내사과(OPA)는 백인 경찰관인 노아 젝(39)이 당시 사태를 가라앉힐 상황이 아니었고, 인질구조를 위한 SWAT 훈련 가이드라인을 지켰으며, 상대방의 인종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당시 전개된 상황에 따라 총격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시애틀타임스가 공문서공개법에 따라 킹 카운티 검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피살된 숀 퍼는 2018년 자기 여자 친구를 폭행한 후 법원이 내린 접근금지 명령을 계속 위반했고, 2019년엔 반자동 소총을 소지한 혐의로 유죄를 시인한 전과범이다.


퍼는 작년 4월28일 여자 친구가 딸과 함께 찾아간 디모인의 친척 집에 술이 취한 상태로 쫓아와 그녀를 폭행한 후 모녀를 끌고 시애틀의 한 모텔로 갔다.

그는 모텔 방에서 다리미로 여자 친구를 폭행해 실신시켰고, 다음날, 여전히 술에 취한 채 모텔에서 나온 후 차 안에서 그녀를 향해 총격했지만 총탄이 빗나갔다.

그는 인근 공원에 차를 세운 후 그녀를 다시 총격했지만 역시 빗나갔다. 여자 친구와 주위 사람들이 911에 신고하자 퍼는 딸을 데리고 도주했다.

검찰 자료에 따르면 퍼는 딸아기를 마치 풋볼 공처럼 옆구리에 끼고 담장을 넘어 달아났고 아기의 머리와 팔다리는 허공에 들쭉날쭉 했다.

젝 등 추격한 경찰관들이 “멈추라”고 계속 소리쳤지만 퍼는 계속 달아나다가 한 주택과 담장 사이에 갇히게 됐고 결국 젝의 총격을 머리에 맞고 숨졌다.

OPA 보고서는 젝 및 동료 SWAT 대원들의 진술과 이들의 바디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분석했다며 퍼가 이미 공원에서 총격을 저질러 총기를 소지한 것으로 사료됐고, 옆구리에 낀 아기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질주했으며, 경찰명령에 순복할 기미가 전혀 안 보였고, 궁극적으로 아기와 경찰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젝 대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커뮤니티 경찰위원회의 브랜디 그랜트 회장은 유색인종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시애틀경찰의 대응은 폭력으로 끝나는 것이 다반사라며 “총기를 휴대하지 않은 사람, 더구나 아기와 함께 있는 사람을 총격하는 경찰은 세상 어디에서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퍼는 공원에서 달아날 때 총기를 버렸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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