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잃고 외양간 고치나… 트럼프, 뒤늦게 “비자 개선”

2025-09-09 (화) 12:00:00 서한서 기자
크게 작게

▶ 조지아 이민 단속 논란
▶ 한국정부·기업 대응 도마

▶ “손놓고 있다 당해” 비판
▶ 한국인 전용 E-4 취업비자
▶ 이번 사태 계기 추진 주목

지난 4일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진행된 대규모 이민 단속사건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한국인 숙련 인력들에 대한 비자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또 이번 이민 단속과 관련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와 기업 측의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속 소문이 사전에 돌았음에도 일부 협력사 직원들은 근무를 중단해 피해를 피한 반면, 다른 업체 직원들은 끝내 단속에 걸렸다. 한 관계자는 “위에 단속 가능성을 보고했지만 무시당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대미 투자 외국기업을 향해 미국 이민법 준수를 촉구하면서도 이들 투자기업이 미국으로 자체 인력을 보내는데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 이후 나는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 우리나라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한다”면서도 “당신들의 투자를 환영하고,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똑똑하고 훌륭한 기술 인력을 합법적으로 데려올 것을 권장한다. 우리는 여러분이 그렇게 하는 것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만난 기자들에게도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한국)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이고 미국 인력이 배터리·컴퓨터 제조나 조선 등 복잡한 작업을 배우도록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 넘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을 받으며, 지난 10년 넘게 연방의회에서 답보 상태인 E-4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전문 교육·기술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에 대해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쿼터를 주는 ‘한국 동반자 법안’이 연방의회에 꾸준히 발의돼왔지만, 미 정치권의 무관심과 한국 정부와 기업 등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영 김(공화) 연방하원의원은 지난 7월 ‘한국 동반자 법안’을 재발의한 바 있다. 다만 김 의원 외 공동 발의자가 시드니 캄라거-도브(민주), 브라이언 피츠패트릭(공화) 등 의원 2명밖에 되지 않아 연방의회 내 지지세가 약한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입법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려면 투자 성공에 필요한 한국 인력이 합법으로 입국할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미국 전문가가 제언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의 아리우스 데어 공보국장은 8일 KEI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민 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과 외국 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재건이라는 두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첨단 제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지만, 연방 이민법 때문에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미국에 신설하는 공장에 필요한 특정한 기술 인재를 데려오는 게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한서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