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시의회, 300만달러 설문조사가 ‘맹탕’

2021-03-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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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말 두 흑인단체에 맡긴 프로젝트 논란

지난해 경찰폭력에 항의하는 흑인인권(BLM) 시위가 폭발한 뒤 시애틀시의회가 경찰국 예산을 삭감하고 흑인 커뮤니티 지원을 늘리기 위한 전초작업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적법하지 않게 시행됐을 뿐 아니라 결과도 허술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애틀타임스는 시의회 내부 보고서(SCCI)를 인용, 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어기고 공개입찰 없이 흑인단체 ‘킹 카운티 즉각 평등(KCEN)과 설문조사를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위해 지불한 300만달러도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KCEN은 비영리기관인 ‘프리덤 프로젝트(FP)’를 회계 상 파트너로 영입해 30만달러를 수령했지만 설문조사 보고서가 나온 지난달 두 단체는 남남이었다고 타임스는 밝혔다.


KCEN은 BLM 시위 그룹들의 연합체이고 FP는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KCEN이 설문조사 후 제출한 ‘흑인탁월성 조사 보고서’는 거의 1,300쪽에 달하는 장문이지만 그중 대부분인 1,100여 쪽은 기존의 다른 보고서 내용을 부록 형식으로 추가한 것이었다.

1,400여명의 응답자 중 흑인이 67%로 과반을 훌쩍 넘었고 45세 이하 젊은 층이 77%로 대세를 이뤘다.

설문은 “커뮤니티의 진정한 안전을 위해 시정부가 어느 분야에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가”라고 묻고 주택, 정신질환, 어린이 프로그램, 경제개발 및 911 신고제도 대안 등을 예시했다.

타임스는 이들 5개 분야는 이미 시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거나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참여예산’ 제도의 필요성을 묻는 또 다른 설문 항목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의회가 커뮤니티 지향 사업들을 위해 배정한 2,800만달러 예산을 놓고 유색인종 커뮤티니 지도자들이 지출순위를 결정하는 ‘참여 예산’ 제도는 이미 시의회가 제의한 상태라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타임스는 로레나 곤잘레스 시의장을 비롯해 리사 허볼드, 태미 모랄레스, 테레사 모스케다 등 4명의 시의원이 작년 11월 공개입찰 없이 FP에 설문조사를 수의계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시의회를 대표해 계약서에 서명한 곤잘레스 의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시정부는 지난 2019년 우버, 승합차량, 자전거 등 대안 교통수단의 시민 이용도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 조사기관을 고용해 인종, 성별, 연령, 수입, 사용언어 등이 각각 다른 2,854명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설문조사를 벌였었다.

당시 조사기관에 지불한 비용은 6만9,000달러에 불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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