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32년 ‘동네 사랑방’ 역할 시골우체국 운영난에 사라져

2021-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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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할머니가 시간당 8.33달러 받고 132년간 운영해와

주민 수가 고작 200여명인 워싱턴주 서남부 롱비치반도의 나코타 마을에서 지난 132년간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온 우체국이 문을 닫았다.

말이 우체국이지 두 할머니가 시간당 8.33달러를 받고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12시 반까지 3시간씩 격일제로 일해 왔다.

나코타 우체국은 연방 우정국(USPS)의 직영 우체국이 아니다.


건물주가 USPS로부터 매 6개월 단위로 4,000달러씩 받기로 계약하고 종업원을 고용해 영업을 대행하는 청부 우체국이다. 건물주가 최근 우는 소리를 하자 USPS는 가차 없이 이 우체국을 폐쇄했다.

마지막 고용인인 글레첸 굿선(82) 할머니와 케이시 올슨(73) 할머니는 우체국 유리창에 달려있던 사인판이 제거돼 외지 방문객들이 나코타 동네 이름도 알 수 없게 됐다며 머지않아 동네 우편번호(집코드)도 없어져 마을이 지도에서 사라질지 모른다고 개탄했다.

우체국 구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지역 언론인 케이트 게이블은 주민들이 이 우체국에서 단순히 우편물만 챙기지 않고 함께 담소하며 날씨 얘기, 동네 뉴스, 환우들의 안부와 어느 집 개가 죽었는지까지 시시콜콜 소식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게시판엔 반상회 안건, 거라지 세일 광고, 장례식 안내까지 부착돼 명실공이 나코타 동네의 사랑방이라고 강조했다.

치누크 인디언원주민 추장이었던 나카티에서 이름을 따온 나코타 마을은 워싱턴주가 미합중국의 42번째 주로 통합됐던 1889년 이곳에 철도가 부설되면서 붐타운이 됐다.

‘조개 철도’라는 별명이 붙었던 이 철도는 1930년까지 42년간 굴, 목재, 인부들과 함께 우편물도 수송했다.

철도 운영이 끝나자 나코타는 외지 방문객이 뜸한 외딴 해안마을이 됐다.

우체국이 들어 있는 큰 주택을 1963년 매입한 굴 농장업주 잭 웨이가르트 가족은 USPS와 계약해 우체국도 열었다.


지역신문에 따르면 부인 캐롤 웨이가르트는 2004년 USPS 지원금이 너무 적다며 고용인을 줄이고 영업시간도 하루 3시간으로 단축했다.

그녀가 적자를 감수하고 우체국을 지킨 것은 ‘나코타’라는 동네 이름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작년 10월 이 역사적 저택을 매입한 콜린 래프티스 여인은 지난 2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USPS의 조달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체국 운영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1,200~1,500달러를 더 주면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자는 곧 연락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지난 2월27일 11마일 거리의 롱비치 우체국장이 찾아와 기물 일체를 차에 싣고 갔다고 래프티스 여인은 말했다.

이 지역 출신 제이미 헤레라 뷰틀러(공) 연방하원 의원은 루이스 디조이 USPS 국장에게 지난 4일 서한을 보내고 나코타 우체국의 갑작스런 폐쇄조치를 항의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디조이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거액 기부자로 지난 대선 때 우편물 자동 선별기계들을 우체국에서 제거해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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