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컨테이너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워싱턴주 “사과도 수출 못해”

2021-03-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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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팬데믹으로 워싱턴주 농산물 수출 어려워

▶ 아시아 수입품 급증해 수출용 컨테이너 품귀 현상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워싱턴주의 농산물 수출까지 막고 있다.

농장지역인 웨나치와 엘렌스버그엔 수출 못한 사과와 건초가 창고에 쌓여 있다.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을 담아 화물선에 선적할 컨테이너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쇼핑, 외식, 여행 등을 중단하고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소매상을 통해 쇼핑했다.

그에 따라 아시아,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했고 미국 서해안의 최대항구인 LA에는 밀려드는 컨테이너선들이 하역을 위해 며칠씩 대기하기 일쑤이다.

진짜 문제는 이들 컨테이너선들이 LA에서 어렵사리 하역을 마치고 곧바로 빈 컨테이너들을 챙겨 돌아간다는 점이다.

워싱턴주 농산물 수출품을 선적하기 위해 시애틀이나 타코마까지 올라오는 대신 곧바로 돌아가 아시아의 다음 수출품을 싣고 미국으로 오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산물 수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화물운송 회사들이 컨테이너를 전자제품과 옷가지 등 공산품으로 채우면 상대적으로 더 무겁고 부피가 큰 농산물로 채우는 것보다 운송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화물선들이 하역작업을 마치자마자 빈 컨테이너를 싣고 아시아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서북부 항만연맹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1월 시애틀 항과 타코마 항을 떠난 화물선의 전체 컨테이너 중 37%가 비어 있었지만 금년 1월엔 그 비율이 50%를 넘었다.


실제로 아시에서 미국으로 오는 ‘동향’ 화물선의 평균 운송료는 컨테이너 당 6,000달러지만 미국에서 아시아로 가는 ‘서향’ 화물선은 절반정도인 3,500달러여서 많은 화물선이 시애틀이나 타코마 선적예약을 취소하고 아시아로 되돌아가는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금년 1월 이들 두 항구에 들어온 화물선은 125척으로 작년 1월보다 20%가 줄었다.

팬데믹 이전에는 트럭들이 시애틀 항이나 타코마 항에서 2~3시간 안에 빈 컨테이너를 받아 중부 워싱턴주의 농장으로 갖다 줬지만 요즘은 트럭 운전자가 컨테이너 한 개를 받기 위해 종일 기다리거나 아예 허탕을 치는 일도 다반사다.

그에 따라 농장도 가공이나 포장작업이 뒤죽박죽되기 일쑤이다.

엔렌스버그의 한 농장주는 수확한 건초의 90%를 한국 등 아시아국가에 수출한다며 금년 봄 새 건초를 수확해야 하는 데 작년에 수확한 것도 컨테이너가 없어 처리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태평양 수출노선이 완전 붕괴됐다며 고객들이 호주 산 건초로 수입선을 옮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킴 슈라이어(민-새마미시) 주 하원의원은 태평양 횡단 화물운송을 몇몇 대규모 외국 기업들이 좌지우지하고 있어 농장주나 수출회사들이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하고 연방 해양위원회가 이들 화물운송 회사들의 영업행태가 미국 운송법에 위배되는지 조사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 같은 당국의 위협이 화물운송회사들의 영업 관행을 바꾸는 계기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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