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홈리스 천막촌 조용히 철거…시애틀 다운타운 데니스 파크서

2021-03-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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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 출동 없이 이뤄져

홈리스 천막촌 조용히 철거…시애틀 다운타운 데니스 파크서

로이터

시애틀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다운타운의 데니 파크에서 3일 아침 홈리스 천막 10여개가 비교적 조용하게 철거됐다.

작년과 달리 현장에서 위압적인 경찰관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공원 주위엔 사흘 전인 1일 시애틀경찰국의 안내문이 나붙었다.


시당국과 사회단체 실무자들의 무숙자 텐트 철거 및 수용소 안내 작업을 경찰관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안내문은 그 뒤 “경찰은 필요할 경우 출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홈리스 구호단체들과 시애틀 시의원들은 거리에 날로 넘쳐나는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천막 강제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시정부를 비난해왔다.

작년엔 홈리스 철거 및 보호소 수용을 위해 경찰과 사회단체 실무자들로 구성된 소위 ‘운항(Navigation) 팀’의 예산을 시의회가 중단해버렸다.

시정부는 작년 11월 이후 데니스 공원에서 911 전화가 60건 이상 신고 됐다며 이 중엔 방화, 쓰레기 소각, 불법 화기사용 등 10건을 비롯해 가정폭력 5건, 폭행사건 4건, 성범죄 3건 및 마약 남용 1 건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원 텐트촌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세스 모레노는 무숙자들이 공원을 깨끗하게 이용했다며 취사와 조명을 위해 휴대용 발전기를 공동 사용했고 인근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시애틀타임스는 이 공원이 실제로 도심의 캠핑장처럼 말끔해 보였다고 보도했다.


모레노는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뒤 천막촌 토박이였던 인디언원주민들이 연방정부가 경비를 지원하는 호텔 방으로 옮겨갔고, 그 빈자리에 다른 무숙자들이 들어오면서 질서가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용 발전기를 도둑맞았고, 잔디밭에 배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지난 2월17일엔 큰 불이 일어나 여러 채의 텐트를 불태웠다며 이젠 지긋지긋해 무숙자 보호소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년 크리마스 직전에 내비게이션 팀이 다운타운의 칼 앤더슨 공원에서 무숙자 텐트를 강제 철거했을 때 사회단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이번 데니 공원 철거에는 큰 반향이 일지 않고 있다.

모레노는 홈리스들을 위한 주거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강제철거이든 아니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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