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시애틀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인 다운타운의 데니 파크에서 3일 아침 홈리스 천막 10여개가 비교적 조용하게 철거됐다.
작년과 달리 현장에서 위압적인 경찰관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 공원 주위엔 사흘 전인 1일 시애틀경찰국의 안내문이 나붙었다.
시당국과 사회단체 실무자들의 무숙자 텐트 철거 및 수용소 안내 작업을 경찰관들이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안내문은 그 뒤 “경찰은 필요할 경우 출동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홈리스 구호단체들과 시애틀 시의원들은 거리에 날로 넘쳐나는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천막 강제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시정부를 비난해왔다.
작년엔 홈리스 철거 및 보호소 수용을 위해 경찰과 사회단체 실무자들로 구성된 소위 ‘운항(Navigation) 팀’의 예산을 시의회가 중단해버렸다.
시정부는 작년 11월 이후 데니스 공원에서 911 전화가 60건 이상 신고 됐다며 이 중엔 방화, 쓰레기 소각, 불법 화기사용 등 10건을 비롯해 가정폭력 5건, 폭행사건 4건, 성범죄 3건 및 마약 남용 1 건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원 텐트촌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세스 모레노는 무숙자들이 공원을 깨끗하게 이용했다며 취사와 조명을 위해 휴대용 발전기를 공동 사용했고 인근에 설치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시애틀타임스는 이 공원이 실제로 도심의 캠핑장처럼 말끔해 보였다고 보도했다.
모레노는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뒤 천막촌 토박이였던 인디언원주민들이 연방정부가 경비를 지원하는 호텔 방으로 옮겨갔고, 그 빈자리에 다른 무숙자들이 들어오면서 질서가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용 발전기를 도둑맞았고, 잔디밭에 배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지난 2월17일엔 큰 불이 일어나 여러 채의 텐트를 불태웠다며 이젠 지긋지긋해 무숙자 보호소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작년 크리마스 직전에 내비게이션 팀이 다운타운의 칼 앤더슨 공원에서 무숙자 텐트를 강제 철거했을 때 사회단체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이번 데니 공원 철거에는 큰 반향이 일지 않고 있다.
모레노는 홈리스들을 위한 주거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강제철거이든 아니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