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원’대비하고 있나? 20년 전 니스퀄리 강진 충격 어렴풋

2021-03-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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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 “대규모 지진 대비는 괄목할 만한 진전”

지난 2월28일은 진도 6.8의 니스퀄리 강진이 시애틀지역을 강타한지 20주년 되는 날이었다.

당시 시택공항 관제탑이 휘청하며 유리창이 박살났고 올림피아 주의사당 돔이 흔들려 혼비백산한 의원들이 일제히 책상 밑으로 피신했다.

다운타운 파이오니어 스퀘어에선 고풍건물들이 무너져 노상의 자동차들이 벽돌세례를 받았다.


재산피해는 2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됐지만 사망자는 단 한명이었다.

그것도 심장마비였다.

워싱턴주에서 한 세대 만에 가장 강력한 지변이었던 니스퀄리 지진 피해는 하루 내지 이틀 만에 복구돼 당장의 충격보다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빅원’의 준비를 위한 경고로 받아들여졌었다.

한 관계자는 교통사고에 비유하면 니스퀄미 지진은 접촉사고 정도였다며 시애틀 단층이나 캐스캐디아 섭입대(Cascadia Subduction Zone) 같은 주요 지진대에서 터졌더라면 정면충돌이나 전복사고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은 워싱턴주가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에서 지진위험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데다가 캐스캐디아에서 진도 9.0의 빅원이 터질 경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난이 될 것이 명약관화 한데도 주정부 당국은 형식적으로 조사만 할뿐 실제로는 오래 전부터 빅원에 대비해 한 일이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연방긴급관리청(FEMA)의 서북미 지진담당관 아만다 시오크는 니스퀄리 지진 이후 완벽하진 않지만 꾸준하게 지진대책을 증진시켜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진에 취약했던 알래스칸 웨이 고가도로가 철거됐고 하버뷰 메디컬센터는 2억달러를 들여 내진공사를 마쳤으며 시애틀 부두의 해벽도 10억달러를 들여 신축됐다고 말했다.


또 시애틀 소방서 건물들이 대부분 신축 또는 보수됐고 10여개 교량도 내진공사를 마쳤으며 5월부터는 지진발생 수십 초 전에 주민들의 셀폰에 통보해주는 경보시스템을 운영하게 된다고 시오크는 말했다.

하지만 서부 워싱턴주엔 내진 건축지침이 나오기 전인 1900년대 초에 건축된 공립학교가 수백 개나 된다. 스나미에 휩쓸릴 위험이 있는 학교도 숱하다.

시애틀처럼 주민들이 교육세를 열심히 지원해주는 교육구들은 학교건물이 대부분 내진공사를 마쳤지만 센트랄리아 같은 영세민 밀집지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주 교육감실은 주내 모든 지진취약 학교건물들을 손보려면 3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며 주의회에 다음 회계연도부터 연간 2,500만달러를 학교건물 내진공사비로 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통문제도 막막하다.

캐스캐디아 섭입대에서 빅원이 터질 경우 주내 수천 개 교량이 파괴돼 시애틀 등 대도시들이 완전 고립될 것으로 우려된다.

주 교통부는 1990년대부터 500여개의 다리를 짬짬이 보수해왔지만 아직 손보지 못한 다리도 500여개나 된다고 밝혔다. 예상 공사비가 물경 15억달러이다.

시애틀 긴급관리국의 커리 메이어 국장은 니스퀄미 지진 이후 지진대비 계획과 훈련 및 인프라 개선 등에서 복합적으로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었지만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지역을 막론하고 누가 지진에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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