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 제재복원 압박 속 이란, IAEA 핵사찰 재개 합의

2025-09-09 (화) 05: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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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이스라엘 폭격 후 사찰 중단…구체적 내용 미공개

▶ 폭격당한 핵시설 상태·준무기급 농축 우라늄 행방 주목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회동한 후 '이란 내 사찰활동 재개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그로시 총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는 기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이란에서 재개돼야 하는 '필수적인' 사찰 활동을 강조했다.

그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합의에 대해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핵시설을 불법 공격한 이후의 새로운 상황"을 고려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미국으로부터 핵시설 폭격을 받은 이후 IAEA 사찰관의 핵시설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따라 해제된 제재를 JCPOA 서명 당사국인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3개국(E3)이 복원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E3는 이란 핵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지난달 28일 유엔 제재 복원 절차인 '스냅백' 가동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란이 핵사찰 재개를 허용하고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관리하며 미국과 협상을 재개할 경우 관련 절차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스냅백 메커니즘이 발동됨에 따라 기존에 해제된 유엔 제재가 다시 발효되기까지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적용된다.


이 기간 안에 안보리가 기존 제재 해제를 유지한다는 별도의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대이란 제재는 자동 복원된다.

로이터는 이날 이란과 IAEA의 합의가 핵사찰 재개, 고농축 우라늄 재고 관리의 목표를 충족하지만, 이달 말 시한까지 유럽을 만족시키고 스냅백을 막을 만큼 충분한 조치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외교관들의 경고를 전했다. 그로시 총장이나 아락치 장관 모두 IAEA의 사찰 재개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락치 장관은 이란이 다시 공격받을 경우 IAEA와의 모든 협정이 무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취소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복원을 포함해 이란에 대한 어떠한 적대행위가 발생할 경우, 이란은 이러한 실질적인 조치들을 무효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란핵합의를 위반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핵연료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1기에 이란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우라늄 농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IAEA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핵시설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순도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을 보유했다.

우라늄의 순도를 90%까지 끌어올리면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데 이란은 이런 준무기급 우라늄을 핵폭탄 6개를 만들 분량까지 보유한 것으로 의심된다.

핵무기 확산을 우려하는 주요국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이란 핵시설의 가동상태와 이란이 미리 빼돌린 준무기급 우라늄의 행방을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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