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90세 할머니 눈폭풍속 6마일 걸어 백신접종

2021-0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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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사는 90세 할머니가 지난 주말 워싱턴주 서부지역을 덮친 눈 폭풍 속에서 6마일을 걸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레이크 워싱턴 호반에 위치한 시애틀시내 샌드 포인트지역 콘도에 살고 있는 프랜 골드만 할머니이다.

골드만 할머니는 워싱턴주 정부가 지난 달 18일부터 65세 이상자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해주는 1B 1단계에 돌입한다는 뉴스를 접한 당일부터 백신 접종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매일 매일 워싱턴주 보건부는 물론 병원 등에 전화를 걸거나 주변에 있는 약국 등을 찾아 코로나 백신 접종 가능여부를 확인했지만 “예약이 모두 찼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물론 인터넷으로 병원들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접종여부를 확인했지만 접종 스케줄을 잡는 것은 허사였다.

뉴욕 쪽에 살고 있는 딸과 애리조나에 있는 친구도 골드만 할머니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매일 워싱턴주 보건부와 병원, 약국 등의 인터넷을 뒤지며 도움을 주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한달 가까이 백신을 찾아 헤맸던 할머니에게 지난 주말 행운이 찾아왔다. 시애틀지역에 눈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던 12일 밤 혼자 인터넷을 뒤지다 시애틀 아동병원 홈페이지에서 접종 하나를 맞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각종 정보를 입력한 뒤 일요일인 14일 오전 9시10분에 접종을 하기로 최종 예약을 마쳤다.

학수고대했던 백신 예약을 마치고 잠을 잔 뒤 주말이었던 13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폭설이 쏟아져 세상이 온통 흰색으로 변해 있고 눈도 계속 내리고 있었다.

당시 시애틀지역에는 적게는 8인치, 많게는 10인치 이상의 폭설이 내린 상태였다.


골드만 할머니는 다음날인 14일에도 차를 운전해 도로로 나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혼자 예행 연습을 하기로 결정했다.

두꺼운 점퍼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편도 3마일 정도 되는 샌드 포인트에서 시애틀 아동병원까지 3분의 2정도를 걸어본 뒤 집으로 돌아왔다.

눈길이지만 충분히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판단한 할머니는 접종 예정 당일이었던 14일 아침 8시 지팡이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다닌 버크 길만 트레일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1시간 5분에 걸쳐 3마일 정도를 걸어 예약 시간보다 5분 늦은 9시15분에 병원에 도착해 접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골드만 할머니는 “날씨만 허락해 준다면 2차 접종때는 차를 타고 가고 싶은데 또 날씨가 안좋으면 다시 걸어올 수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골드만 할머니의 백신 접종 스토리는 90세 할머니의 노익장이 화제이기도 하지만 미국내에서 노인들에게도 백신 접종이 얼마나 힘든 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언론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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