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아내랑 좀 다툰 게 범죄야?”

2025-09-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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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 경시’ 발언 논란

▶ 워싱턴 범죄 감소 자랑하다
▶ 반대파 비판하는 도중 실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의 범죄율 감소를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과정에서 ‘가정 폭력 경시’로 해석될 법한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워싱턴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이곳에 범죄는 없다. 사람들은 범죄가 87% 줄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은 (범죄 감소율이) 87%보다 더 된다. 사실상 (범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반대 세력은) 집에서 일어난 일들을 범죄라고 부른다”며 “남자가 아내와 약간의 다툼이라도 있으면 그들은 ‘범죄 현장’이라고 부른다”고 불평했다.

이러한 발언은 최근 워싱턴 주방위군 배치를 비판하는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덕분에 도시 치안이 크게 개선됐는데도, ‘반대 진영에선 범죄 통계를 부풀려 그 성과를 깎아내리려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정 폭력을 범죄 통계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워싱턴의 범죄율 감소는 사실이지만 범죄가 근절된 것은 아니다”라고 짚은 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전날인 7일 하루에만 ▲살인 1건 ▲차량 절도 6건 ▲흉기 폭행 2건 ▲강도 4건 등 30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언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전략가인 세라 롱웰은 소셜미디어에 “범죄에 해당하는 가정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묵살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최대 도시 샬럿에서 한 달 전 발생한 살인 사건을 정치 이슈화하고 있다. 한 흑인 남성이 경전철 안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20대 여성을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동영상이 최근 공개되면서, 이 사건이 진보 진영의 의제인 ‘woke’ 탓에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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