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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퍼거슨 이후에도 구단가치 4.5조 ‘굳건’

2021-02-02 (화)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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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명품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찰턴·베컴·루니 등 간판스타 배출, 인스타 팔로어만 3,600만명 넘어

▶ 미 재벌 사업가 글레이저 인수 후 공격적 스폰서십·아시장 공략 성과, 올 620억 판더베이크 효과 기대

지난 2005년 8월10일(한국시간)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한국인 1호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데뷔전을 치른 날이기 때문이다. 헝가리 데브레첸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경기 후반 22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투입했고 박지성은 세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며 강렬한 올드 트래퍼드(맨유 홈구장) 데뷔전을 마쳤다.

국내에서는 박지성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사실 맨유는 이날 경기 외적으로 더 관심을 끌었다. 미국 글레이저 가문의 구단 인수에 불만을 품고 행동에 나선 일부 팬들 때문이었다. 700여명이 경기 전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시즌 첫 홈경기인 이날 입장권을 가지고도 경기장을 찾지 않은 팬이 1만6,000명이나 됐다. 박지성은 1만6,000석이 비어있는 올드 트래퍼드를 부지런히 누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들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 자본 유입에 극렬한 거부감을 나타내던 시절이 있었다. 외국 구단주들은 신성한 축구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 입장료를 올릴 게 뻔하고 구단의 정체성은 물론 축구종가의 정통성도 해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EPL 톱6인 리버풀(미국)·맨체스터 시티(아랍에미리트)·첼시(러시아)·맨유(미국)·아스널(미국)·토트넘(영국) 가운데 1부리그 20회 우승을 자랑하는 맨유는 2013년 명장 퍼거슨 감독 퇴임 이후 7위-4위-5위-6위-2위-6위-3위로 헤매고 있지만 ‘명품구단’ 리스트에서는 빠지지 않는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최근 조사에서도 맨유는 전 세계 스포츠팀 중 구단 가치 10위(38억1,000만달러·약 4조5,200억원)에 올랐다. 축구 클럽 중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에 이은 3위다. 보비 찰턴·조지 베스트·에리크 캉토나·데이비드 베컴·웨인 루니 등으로 이어진 간판스타 계보에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 3,676만명의 거대한 글로벌 팬층은 구단 가치를 떠받치는 든든한 축이다.


2005년 미국의 재벌 사업가 맬컴 글레이저(2014년 사망)가 7억9,000만파운드에 인수한 맨유는 현재 그의 아들들인 조엘 글레이저·에이브럼 글레이저가 공동 회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빚 없는 구단으로 유명했던 맨유를 막대한 부채를 안고 인수할 당시 어두운 전망이 대부분이었고 요즘도 이따금 반(反)글레이저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익 극대화를 위한 노력만은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주효한 덕분이다. 스포츠비즈니스리서치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적극적인 관계 구축, 투어·축구학교 등 아시아 중심 사업의 확대 등이 맬컴의 핵심 전략이었다. 이사회에 6명의 자녀 모두를 임명하되 철저하게 책임을 할당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며 “맬컴은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클럽의 가치를 현저히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맬컴은 인수 직후 맨유를 영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 폐지한 뒤 2012년 종목명 ‘MANU’로 뉴욕 증시 상장을 주도했다. 2018~2019시즌 6위의 부진에도 맨유는 6억2,700만파운드의 역대 최고 수익을 냈다.

맨유의 투자설명(IR) 자료에 따르면 구단 수익은 2009년 2억7,900만파운드에서 2019년 6억2,700만파운드로 2.2배 늘었다. 입장료 수익에 의존하던 구단은 마케팅 수익 비중을 크게 늘렸다. 2019년 기준 맨유의 수익 비중은 스폰서십·상품 판매 등 마케팅이 44%, 중계권 등 방송은 38%, 입장료는 18%다. 연간 스폰서십 수익만 1억7,300만파운드인 맨유는 2019회계연도에 파트너사 8곳을 더 확보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수익은 1주에 2,373만원으로 EPL 1위로 알려졌다.

최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이적설이 돌았을 때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 생제르맹이 유력 후보로 언급됐지만 현실적으로 영입 가능성이 가장 큰 팀은 맨유라는 관측도 있었다. 스카이스포츠는 “글레이저 가문은 미국프로풋볼(NFL)의 메시 격인 톰 브래디도 자기 팀(탬파베이)에 데려온 사람들”이라며 “자금력만은 걱정 없다”고 했고 BBC는 “그들은 한다면 정말 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 이적생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활약으로 챔스 출전권을 따낸 맨유는 620억원을 주고 데려온 아약스(네덜란드) 신성 도니 판더베이크로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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