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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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권 간의 조합

2021-01-06 (수)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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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9일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위싱턴을 방문한다. 그 2주일 후인 10월23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두차례에 걸쳐 회담을 갖는다. 이어서 클린턴 미 대통령이 연내에 북한을 방문해 조명록 차수의 방미 때 채택한 상호 주권 인정, 적대관계 청산 등 ‘북미 공동 코뮤니케’ 선언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2000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허망한 일이지만 그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실현되었더라면 한반도 평화는 이미 안정기에 들어섰을 것이다. 그러나 그해 11월7일에 있은 대통령 선거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재검표까지 하며 초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패배하자 12월28일 클린턴 대통령은 방북을 포기했고 부시 대통령은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서 버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20년을 지나오는 동안 한국과 미국은 진보와 보수정권 간의 엇박자로 잦은 불협화음을 이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자주적이고 수평적인 한미관계를 주장했었으나 보수우파의 공격에 못 이겨 오히려 대미실용노선으로 기우는 바람에 지지자들로부터 미국 패권주의의 조력자가 되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09년 미국이 공화당에서 다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되자 진보적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외교에 관한 한 힐러리 클린턴이나 수잔 라이스 같은 강경파한테 휘둘리기에 바빴다. 거기에다 한반도 문제의 경우에는 당사국의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가 국가 비전이나 민족의 장래 같은 일에는 관심이 없던 정치인들이라 ‘전략적 인내’로 8년을 보내는데 아무 저항이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3년간은 달라도 너무 다른 트럼프, 문재인 두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의기투합했던 일은 돌아보면 한편의 역사극과도 같았다. 마침내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는다. 한국계 이민자들은 바이든에게 소수인종과 소상공인 보호 그리고 한민족의 숙원인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년 만에 찾아온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진보정권 간의 조합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바이든이 본시 햇볕정책에 대한 이해가 컸지만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한국정부는 늦어도 3월 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을 성사시켜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비핵화 방안인 ‘페리 프로세스’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이 협의 과정에서 진보정권 간의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임기 1년 4개월 남은 문재인 대통령으로서 마음이야 급하겠지만 올 한해는 평화프로세스의 초석만 깔고 다음 정권에 이양해줄 자산을 준비하면 된다.

마침 민주평통 LA협의회가 지난 연말 ‘해외동포 통일의식구조’를 설문조사했는데 미주 한인들 대부분은 바이든 정부의 출범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인들의 적극적인 공공외교를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와 달리 미주에서는 학력이 높은 젊은 층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많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이제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가수 유승준 한 사람의 입국을 막느라 법석을 떠는 협량을 버리고 해외에 흩어져 사는 750만 한민족의 힘을 모아 어떻게 민족의 번영과 통일로 결집시킬 것인지 마음을 크게 열어야 한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나타난 트럼프의 극단주의나 한국의 보수언론과 검찰권력이 보이고 있는 극우주의를 목격하면서 사람 사는 곳에 왜 진보와 개혁은 필요한 것이며, 왜 진보적 대전환이 아니고서는 보수주의가 회생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인지 공감이 간다. 혁신 없이는 개인도 공동체도 결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증명되고 있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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