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북가주 한인불교 2020년
2020-12-31 (목)
정태수 기자
어느 해나 마찬가지로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북가주 한인불교마을도 부푼 새희망으로 2020년을 시작했다. 근 10년만에 2019년 가을 불자연합행사(산타클라라 불자야유회)를 가지면서 사찰을 넘어 단체를 넘어 다시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시 함께 나아가자는 의지가 모아진 뒤끝이라 2020년 정초의 희망은 현실감을 더했다.
두 달도 채 안돼 상황이 달라졌다.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비드19) 때문이다. 가뜩이나 몇 안되는 북가주 한인사찰들은 3월부터 법회 없는 도량으로 변했다. 크고작은 재가자 모임도 축소 내지 취소됐다. 더 많이 모여 더 크게 벌일 요량이었던 불자야유회도 코비드19 사태 이후로 미뤄졌다.
한인사찰들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한달 연기 끝에 5월 말에야 봉행됐다. 그 즈음 자가격리조치가 약간 완화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및 다중집회 금지조치는 여전했기에 봉축행사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전후좌우 띄엄띄엄 동서남북 조심조심 삼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사진). 그나마 해낸 곳은 다행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는 이틀에 걸쳐 신도들이 따로 예불을 드리고 관불의식을 하는 시간차 봉축행사로 변경했고, 마리나시티 우리절 등은 아예 봉축행사를 건너뛰었다.
시대상황 변화는 포교방식 변화를 불렀다. 리버모어 고성선원 진월 스님은 세계 각국 불자들을 상대로 SNS를 통해 영어와 우리말로 거의 매일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한편으로 부처님오신날에는 여러나라 불자들이 접속한 가운데 줌을 통한 봉축행사를 가졌다.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는 수년간 닫아놨던 온라인 도량(홈페이지)을 코비드19로 인한 법회중단 기간에 새로 단장해 선보였다. 길로이 대승사 설두 스님은 백중기도 동지법회 등 주요 행사 때면 신도들에게 공부되는 말씀이 가득한 ‘편지포교’에 배전의 정성을 쏟는다. 외부와의 접촉은 물론 소통마저 삼간 채 제2차 3년결사중인 카멜 삼보사 대만 스님은 이따금 텍스트 메시지를 통해 부처님 말씀과 삼보사 소식을 전한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는 재작년 11월부터 주지소임을 맡은 광전 스님이 건강상 이유 등으로 8월말 백중기회 회향법회를 마치고 귀국한 뒤 주지 자리가 다시 비워졌다. 마리나시티 우리절은 장소가 협소한데다 신도들이 7,80대여서 코비드19 규제조치 완화에도 법회를 재개하지 못하다 개원 3년1개월만인 11월말 문을 닫았다. 대신 운월 스님은 올해 봄 남가주 라노에 마련한 제2의 우리절을 키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할 카운티당국의 느림보행정에다 코비드19까지 겹치는 바람에 점 찍어둔 곳으로의 이전불사에 애로를 겪은 길로이 대승사는 제3의 장소를 알아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중이다. 약 10년간 거의 문을 닫았던 샌프란시스코 불광사는 올해도 문을 열지 않았다.
재가단체 중 수선회는 지난해 연말~올해 연초 선방존폐 문제로 홍역을 치른 뒤 새집행부가 구성됐다. 산우회는 규모와 빈도는 축소됐으나 ‘거리두기 산행’을 지속하며 장학생 선발 등 아름다움 전통을 지켜왔다. 정토회는 예전에도 지도법사 법륜 스님의 동영상 법문과 강의 중심으로 유지돼온 덕분에 팬데믹 쇼크에 비교적 덜 영향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연화합창단, 골프모임 등도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뜻있는 불자들 몇몇이 정기적으로 온라인 강독모임을 갖기도 한다. 더러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불자 학습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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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