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레이트 리셋

2020-12-02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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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팬데믹이 초래한 대규모 변화로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을 맞이하고 있다. 그레이트 리셋은 미국인 사회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의 한국어로 번역된 책 제목이기도 하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인구변화 동향과 문화 및 기술을 깊이 관찰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1870년대 장기적 불황,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와 비교하며 현 위기의 극복방안이 대불황에 의한 ‘리셋으로부터 탄생할 것을 예견했다.

그레이트 리셋은 경제와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얼마전 세계경제포럼(WEF)은 내년 1월에 온라인으로 다보스포럼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그 행사의 주제가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이라고 한다. 코로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사회나 기업, 문화의 리셋은 우리 경제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뒤바꾸어 놓고 있다.

대선에서 이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정책과는 반대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백신접종 등 총체적인 방역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인 미국은 이번 코로나 대응에서 허술한 의료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기존 복지제도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 새로운 것은 미국인들 사이에 기본 소득제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위기로 등장한 ‘기본소득’이라는 말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팬데믹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완전 백지상태로 만들었다. 그로 인해 스페인,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 부국에 이어 미국까지 의료와 복지 관련 모든 시설의 국유화 조짐이 일고 있다. 몇해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질서는 격변기 때마다 '그레이트 리셋'이라고 불리는 총체적인 사회 양상이 대규모로 개편돼 왔다.
그레이트 리셋 하면, 인류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민주주의 태동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고대 5세기경 개혁파들이 시작했던 민주주의 태동은 민주정치 확립을 위해 발발한 근대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에이브러햄 링컨 미 대통령 당시 남북전쟁을 통한 노예 해방으로 완성됐다. 이런 대격변이 있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고가 뒤따랐고 이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은 목숨을 잃었다.

민주주의 개혁 당시 자신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제자가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겁박 능멸하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알고도 제자인 플라톤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다 그런 과정에서 일어난 것들이다. 이때 개혁파 30여명에 의해 희생된 사람은 무려 왕족과 고위층 3,0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코로나 리셋은 우리 삶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미전과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일하고, 교제하고, 샤핑을 하고 있다. 심지어 교회에서 예배 보는 일까지 온라인으로 하고 있다.
벌써 이 현실에 적응돼 지금의 상황이 전보다 더 마음에 든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뉴 노멀로 전환되는 그레이트 리셋 세상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바이러스도 언젠가는 물러갈 것이다. 그러기까지는 엄청난 변화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이 흐름과 대열에 끼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리셋으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될 세상, 우리는 그 충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참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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