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930년대 할리웃영화의 내면 고찰한 뛰어난 작품

2020-11-27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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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맹크(Mank)’ ★★★★ (5개 만점)

▶ ‘시민 케인’ 각본 쓴 맹키위츠의 인물 묘사한 흑백 전기영화…데이빗 핀처 감독의 야심작, 맹크 역 올드맨의 연기 일품

1930년대 할리웃영화의 내면 고찰한 뛰어난 작품

맹크가 허스트의 저택에서 열린 만찬 손님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고 있다.

역대 할리웃의 영화들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오손 웰즈가 1941년에 감독하고 주연한 ‘시민 케인’(Citizen Kane)의 각본을 웰즈와 공동으로 쓴 유명 각본가 허만 J. 맹키위츠의 삶을 다룬 흑백 전기영화다.

일명 맹크가 이 영화의 각본을 쓰면서 그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교차 묘사되는데 맹크라는 인물의 성격 묘사와 함께 할리웃의 내면을 상세히 고찰한 뛰어나게 잘 만든 작품이다.

감독은 ‘세븐’과 ‘소셜 네트웍’을 연출한 재주가 비상한 데이빗 핀처로 그의 부친으로 언론인이었던 잭 핀처가 2003년에 쓴 각본을 바탕으로 만든 회심의 야심작이다. 핀처는 옛 할리웃과 영화사 사장과 제작자 및 스타 등 할리웃의 거물들을 사랑과 동경의 마음으로 자세히 그리고 있는데 대단히 훌륭한 영화로 영화의 지식이 해박한 사람들에겐 재미가 있겠지만 ‘시민 케인’이나 옛 할리웃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과연 이 영화가 얼마나 어필할지 의문이다.


영화는 RKO사로부터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좋다는 백지수표를 받아들고 뉴욕에서 할리웃으로 온 웰즈(탐 버크)로부터 각본 집필을 의뢰 받은 맹크(게리 올드맨)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캐스트를 한 채 캘리포니아 주 빅터빌의 외딴 곳에 있는 집에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타고난 얘기꾼이요 술꾼이자 위트가 넘치는 맹크는 뉴욕에서 활동한 전직 연극 평론가로 영화 제작에도 손을 댔다가 실패, 돈이 떨어지면서 할리웃으로 건너왔다. 1930년대는 할리웃의 후한 대접을 기대하고 뉴욕의 기자와 작가와 극작가들이 대거 서부로 이주했었다. 맹크를 비롯해 이들은 할리웃의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할리웃을 멸시했다.

침대에 누운 맹크는 속기사 겸 비서인 리타(릴리 칼린스)에게 각본의 내용을 구술하면서 맹크의 과거가 묘사된다. 특히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맹크와 언론재벌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찰스 댄스)와 허스트의 연인인 배우 매리온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와의 관계. 맹크가 캘리포니아 주 샌 시메온에 있는 허스트 캐슬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 대취해 참석자들을 향해 일장 훈계조의 발언을 하는 장면이 장관이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시민 케인’의 주인공인 찰스 포스터 케인의 모델이다. 이와 함께 MGM 등 할리웃 영화사들의 사장과 제작자들이 여럿 자세히 묘사되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MGM의 사장 루이 B. 메이어(알리스 하워드)와 MGM의 귀재 총 제작담당자 어빙 탈버그(퍼디난드 킹슬리) 및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한 데이빗 O. 셀즈닉(토비 레너드 모어) 등.

맹크는 이 각본으로 웰즈와 공동으로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웰즈는 맹크가 쓴 각본의 초본을 손질해 공동 수상자가 됐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좋은데 특히 올드맨의 냉소적이요 오만불손하고 기고만장한 연기가 일품이다. ‘다키스트 아워’(2017)에서 처칠 역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그가 다시 수상후보로 오를 것이 분명하다.

맹크의 다른 각본들로는 막스 브라더스의 요절 복통 코미디 ‘덕 수프’와 진 할로 등 앙상블 캐스트가 나오는 걸작 드라마 ‘디너 앳 에잇’ 등이 있다. 맹크는 술로 인해 55세로 사망했다. 그의 동생 조셉도 오스카상을 탄 감독이자 각본가다.

12월4일부터 Netflix에서 스트리밍 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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