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궁지 몰린 ‘국민멘토’ 혜민 스님

2020-11-19 (목) 정태수 기자
크게 작게
궁지 몰린 ‘국민멘토’ 혜민 스님
고운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 균형잡힌 몸매, 잔잔한 미소를 곁들인 진지한 표정, 게다가 곱고 반듯한 언행... 학벌과 경력도 화려하다. 고교 졸업후 미국에 와 UC버클리(학사) 하버드대학원(석사) 프린스턴대학원(박사)에서 차례로 종교학를 공부한 그는 매사추세츠주 햄프셔칼리지에서 종교학 교수, 뉴욕 불광선원 부주지, 서울 마음치유학교 교장, 한국 저소득층 아이들을 돕는 위스타트 나눔대사 등을 지냈거나 맡고 있다.

혜민 스님의 등장에 세인들은 열광했다. 그가 나오는 방송, 그가 써내는 저서는 거의 언제나 뜨거운 반향을 얻었다. 방송의 경우 2012년 <지식나눔 콘서트 아이러브인 시즌2>, 2016년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35회 게스트, 2016년 <무한도전> 469회 게스트, 2017년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 2018년 <냉장고를 부탁해>, 2019년 <어쩌다 어른> 등등등. 저서의 경우 2010년 <젊은 날의 깨달음>, 2012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6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등등등. 그의 트위터에는 팔로워만 백만이 훌쩍 넘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지금, 혜민 스님이 핀치에 몰렸다. 국민멘토에서 국민밉상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남산타워가 바라보이는 서울 한복판 그의 호화주택이 한 방송에 공개되면서다. 늘 “비워라” “멈춰라” “내려놓아라” 강조했던 그였기에, 게다가 공식적으로는 어디어디 도량에 머무는 것처럼 알려진 그였기에, 실망감 내지 배신감이 컸던 것 같다. “스님이 왜 저래?” 정도를 넘어 “혜민 스님 당신마저!”"무소유 아닌 풀(full)소유?" 등 야유성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주봉석(그의 속명)의 정체를 밝힌다는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등을 돌린 결정타 중 결정타는 이것이다. 그가 언젠가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도 벅찬 것처럼 ‘없는 티’를 냈는데, 그래서 사람들은 썼다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방송출연에 신문기고에 대중강연에, 게다가 명상 앱 사업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인 그가 돈이라면 남부럽지 않게 벌텐데, 알고보니 그 건물주 또한 혜민 스님이었다는 것이다. 급기야 2016년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한국을 떠나 유럽에서 활동중인 하버드대 출신 벽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SNS를 통해 연예인 배우 사업자 도둑놈 기생충 등 격한 단어들을 쏟아내며 비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혜민 스님은 15일 늦은 오후(한국시간) 트위터 등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각 스님은 자신의 혜민비판 보도가 쏟아진 뒤 얼마 안돼 다시 SNS에 "아우님 혜민 스님과 이른 아침 통화를 했다. 사랑과 존중, 깊은 감사로 가득 찬 70분간의 통화였다. 혜민 스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글을 올렸다. <

<정태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