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권력승계

2020-11-10 (화)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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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미 대선은 이제 끝났다 그러나 그 후유증으로 미국이 시끄럽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상황에 대한 이의 제기로 문제가 복잡해지고 그 와중에 조 바이든 후보는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나서 앞으로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출마자들이 다 70세 이상의 고령이다 보니 누가 공식 대통령이 되더라도 언제고 대통령 유고라는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없지 않다.

이에 대한 미국의 권력시스템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법치국가로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은 250년간 변하지 않는 헌법이라는 뼈대가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다.


물론 필요에 따라 이따금 헌법수정 제안으로 조항을 뼈대에 살 붙이는 작업은 있어 왔다. 그중 가장 최근에 있었던 수정헌법 25조는 1963년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암살된 후 제정됐다. 대통령 유고시 상세하고 구체적인 승계 문구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연방의회는 1965년 7월 6일 연방 수정헌법 25조를 통과시켰다. 수정헌법 25조 4개항 가운데 1항과 2항의 내용은 “대통령 면직, 사망 혹은 사임의 경우에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 부통령직이 공석인 경우에는 대통령이 부통령이 될 사람을 지명하고, 그 후보는 연방의회 양원의 과반수 득표에 의해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 이다.

수정헌법 25조 3항의 가장 핵심인 4항은 대통령 본인을 타의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부통령과 행정부 또는 연방의회의 과반수가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대통령이 그의 직의 권한과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정식 제안하면 부통령이 즉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대통령직의 권한과 직무를 맡는다는 절차이다.

이는 주지사나 선출직 공무원들을 리콜(Recall)하여 해당 지역구의 투표권자들에게 재신임을 묻는 절차보다 오히려 쉽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 뜻을 밝히면 대통령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부통령과 내각이 다시 상원 임시의장과 하원의장에게 대통령이 적절히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이유서를 보내 대통령의 비토를 꺾는 수도 있다. 그러면 연방의회가 양원 3분의 2의 표결에 의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권한대행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수정헌법 25조가 실제로 적용된 경우는 2007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수술을 위한 검사를 하기 위해 체니 부통령에게 몇 시간 동안 대통령직을 넘기기도 한 사례가 있다.
선거로 당선되지 않고 운 좋게 대통령이 된 사람이 제럴드 포드이다. 그는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려 사임하자, 바로 전에 물러난 애그뉴 부통령직을 승계해 부통령이 되고 우여곡절끝에 대통령까지 되었다.

얼마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자 주변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들먹였다. 건강상의 이유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해지면 공화당 전국위원회에서 대체후보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미 헌법에 따르면 미국의 승계서열 1위는 부통령, 2위는 하원의장, 3위는 상원 임시의장의 순이어서 아이러니하게 고령이지만 캘리포니아 출신 여성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도 대통령 물망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워싱턴 정계의 현주소는 자기 위치에 집중하기보다는 로또 한방을 기대하는 듯한 묘한 분위기다.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여성후보 카멀라 해리스도 고령인 바이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백악관으로 직행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국 정계는 지금 한국만큼이나 드라마틱하게 돌아가고 있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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