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생각 일으킨 두 사진

2020-11-05 (목) 12:00:00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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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 일으킨 두 사진

<사진 연합뉴스>

10.27법난 40주년인 지난달 2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에서는 법난 추념행사가 봉행됐고(왼쪽 사진), 서울 봉은사에는 대구 동화사에서 서울 봉은사까지 511㎞를 21일간 만행한 스님과 신도 일행이 도착했다(오른쪽 사진). 늘 그렇듯이, 추념사와 추념공연 모두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을 규탄하고 핍박받은 불제자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찜찜한 물음이 남는다. 가해자들의 과거형 과오가 피해자들의 현재형 과오를 덮어주는 면죄부인가. 단도직입적으로, 법난 와중에 쫓겨난 총무원장 월주 스님의 고통이 수십억 돈추문과 겉 다르고 속 다른 횡포운영 의혹을 받는 나눔의집 이사장 월주 스님의 업장을 녹여줄 수 있는가. ‘국난극복 자비순례 대장정’이란 이름이 붙은 동화사부터 봉은사까지 만행도 그렇다. 그 주역이 자승 전 총무원장이다. 개혁적 불교인들로부터 종단적폐의 중심으로 꼽혀온 승려다. 지난 겨울 소위 공사장터 천막선원(상월선원) 동안거로 이목을 끈 자승 등은 고행의 흔적을 영상으로 기록으로 육성으로 깨알같이 남겨 금세 영화 한편을 내놓더니 곧바로 인도성지순례 명목으로 충청도 어느 산에서 만행 훈련을 한다고 당당히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머물지 않음(떠남), 즉 만행이 업인 수십년차 승려들이, 몰래 하다 눈에 뜨인 것도 아니고 만행연습계획을 공표하는 기자회견이라니... 게다가 동화사에서 봉은사까지 그 거창한 이름의 자비순례도 삼칠일(21일)간 걸어 10.27법난에 도착하기로 계획한 듯, 원래 300km쯤인 대구~서울 거리가 구불구불 돌고돌아 511km로 왕창 늘었고 26일 봉은사에 이르고도 상월선원 터까지 다녀오는 보너스 행군을 더해 기어이 10.27법난일 봉은사 도착 목표를 이뤄냈으니...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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