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2차 한미안보협의회

2020-10-29 (목)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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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에 열린 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많은 시사점을 갖는다.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지는 물론 지소미아 종료등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이 모조리 시험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불사하며 지소미아 종료를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는 임기내 전시작전권 환수마저 수포로 돌아갔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사회가 정체된 상태에서도 트럼프는 안하무인식 좌충우돌 국방정책으로 미군철수를 복선으로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등을 초지일관했다.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양국 장관이 합의한 것은 유엔사 유지와 성주 사드기지의 안정적 주둔, 선제공격 계획인 작계5015 지지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지속이다. 한미연합사 본부 및 용산 미군기지등의 조건부 이전과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는 물론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개정을 통한 인상안 마련도 포함됐다. 합의내용중 문재인 정부가 임기내 추진한 국방정책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지만 모두 미국의 일방적인 합의안이 되어버렸다.

특히 주목할 것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기 위해 정보공유, 한미일 안보회의를 포함한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 인적교류활동 등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한 조항이다. 한일간의 지소미아 연장을 통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 6위의 국방력과 군사기술력으로 선진국이 된 한국은 동북아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여전히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발목을 잡는 조항들 일색이다.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의 축소판인 합의내용은 우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를 유지하면서 사드배치와 한미 군사합동훈련을 지속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의 지소미아 연장을 통해 한미일 군사동맹의 틀안에서 미·중 갈등에서 미국의 방패막이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함으로 한국을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의 틀 안에 가두고 언제든 영향력을 확대하고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함으로써 미국의 국방정책에 기여하는 한반도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동북아에서 한반도의 위치가 강대국들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만큼의 국가역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규모나 국가경쟁력으로 볼때 미·중 세력균형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러한 동북아의 패권구도 속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현명하게 풀면서 중국과도 지역패권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각종 보복행위에 직면했던 한국의 입장으로 보면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되는 조항들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합의내용 중 한중관계에 걸림돌이 될 조항은 한반도에 전쟁사령부인 유엔사가 유지되는 것이며 한국정부의 사드배치에 대한 공식 지지와 지소미아 연장을 통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와 한미군사훈련이다. 모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중 갈등의 중심에 선 트럼프 행정부는 반중 경제동맹 구축을 위한 화웨이 제재와 평화번영네트워크에 한국이 동참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중요 교역국인 한중 경제관계마저 미국의 영향권 안에 두려는 것이다.

이제 한국정부는 내년 53차 한미연례한보협의회에서는 어떠한 합의안을 도출할 지 1년동안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만일 내년에도 올해의 협의안과 별다를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임기안에 최소한 전작권 환수에 대한 구체적 시기만이라도 확정지어야 할 것이다.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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