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의 실천

2020-10-22 (목) 원공/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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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며칠 전에 한 노거사님이 오셔서 나를 찾았다. 이십 몇 년 전, 우리 절에 와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거사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너무 힘든 일이 있어서 자살을 생각할 때 내가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대해서 감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객과 대화를 하는 것은 특별히 감사 받을 일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다. 어쨌든 거사님은 후에 불교 방송을 들으면서 좋은 인연을 만나 그 문제를 해결하셨다.

며칠 후 추석 차례를 지내면서 신도님들에게 하늘과 땅과 조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말하는데 노거사님 생각이 났다. 거사님은 그 때에 내가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고 했다.


그런데 특별한 계기를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한 것이 없는데 꼭 감사를 하고 싶다고 찾아온 그 마음과 실천행이 마침 감사의 차례를 드리는 추석을 더 깊은 가슴으로 보내게 했다.

감사하는 일은 종교적 수행에도 중요한 실천 덕목이지만 일상 생활에서도 반드시 배우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소한 감사를 실천하는 것도 쉽지 않다. 뭔가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자기 중심의 비판적 관점을 가지기 쉽기 때문인 것 같다. 감사를 실천하려면 감사할 면을 보는 정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

그 거사님은 극단의 상황 속에 있는 사람에게 원론적인 이야기 밖에 못하는 나의 부족한 면보다는 감사한 면을 본 것 같다.

오래전 일이다. 하루는 중년의 남자분이 오셨다. 이 분은 불교의 대표적인 경의 하나인 법화경을 공부한다고 하였다.그리고 법화경의 가르침이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였다. 그리고 다른 가르침을 부정하며 참선 수행 또한 부정하였다.

줄곧 듣고만 있다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승 중의 한 분인 보조국사 지눌스님(고려시대)의 저서인 수심결의 내용을 인용하며 선 수행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하니 화를 불같이 내며 소리를 치고는 나갔다.

그 때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에게는 자신과 상대를 더 깊게 살펴보는 좋은 경험이었다. 또 한편 부처님의 가르침을 저렇게 일념으로 믿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보면 많은 것을 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내가 이해를 못하면서 감사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감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에서 정적인 면을 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나의 삶을 꾸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몸의 모든 세포에 나의 생각과 감정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세포들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서 세포들이 항상 밝고 기쁘고 서로 소통이 잘되어 우리 몸이 건강할 것이다. 그런데 불교의 가르침은 감사하되 한 걸음 나아가 내가 한다는 생각에도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아버려라 한다.

경전에 수많은 선행을 한 사람이 자기가 한 실수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후회하는 마음 때문에 잠깐 지옥에 떨어졌다가 다시 천상에 태어난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하는 일이 아름다운 일이기는 해도 놓아버리지 않으면 거기에 매이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비우는 것이 불교 수행의 핵심이고 모든 것을 비웠을 때에 참나는 드러나고 우리는 행복과 자유를 얻는다고 한다.

<원공/스님·한마음선원 뉴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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