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주대법원, 흑인인권 판결 60년만에 번복

2020-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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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셀리 묘지 흑인아기 매장거부 인종차별”

워싱턴주대법원, 흑인인권 판결 60년만에 번복
워싱턴주 대법원이 주민투표로 확정된 팀 아이만의 자동차등록세(카탭) 30달러 인하 발의안을 무효화한 지난 15일 그에 곁들여 또 다른 중요한 판결을 내렸다. 선대 주대법원이 지난 1960년에 내렸던 흑인의 백인묘지 매장불가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요즘엔 모든 공동묘지가 인종을 근거로 차별할 수 없게 돼있어서 주대법원의 15일 판결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이 수세기동안 미국 법조계에 도사려온 제도적 인종차별을 발본색원하기 위한 작은 상징적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아이만의 카탭 인하 발의안(I-976)이 관계법을 어기고 한 개 이상의 발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제목도 유권자들을 호도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파기한다며 그 판결문 13째 쪽에 60년 전 주대법원의 인종차별 판결에 대한 각주를 달았다.


이 각주에서 대법관들은 문제의 1960년 대법 판결 역시 다른 주제들을 동시에 다뤘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법원은 시애틀경찰국의 흑인경찰관 밀턴 프라이스가 1957년 익사한 3세 아들을 노스 시애틀의 에버그린 와셀리 공동묘지에 매장할 수 없다고 거푸 판결한 킹 카운티 법원의 손을 들어줬다.

프라이스는 와셀리 묘지의 어린이 구역에 아들을 매장하기를 원했지만 당시의 묘지회사는 그곳이 백인들에만 제한됐다며 다른 곳을 권했다. 프라이스는 인종차별을 근거로 제소했지만 배심 평결에서 패소했고 재심을 요구했지만 거기서도 패소했다. 이어 주대법원 역시 공동묘지 회사가 인종을 근거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관계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6-3의 표결로 프라이스의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다수 의견문을 쓴 조셉 말러리 대법관은 “프라이스의 소송은 백인들이 사생활에서 백인들과 어울리려는 선택의 권리를 사법적으로 박탈하려는 니그로(흑인) 운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백인묘역에 자녀를 매장한 백인부모들은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로부터 그럴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은 것이라는 등 자신의 인종분리주의 관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15일 재판에서 주대법원은 60년 전의 대법원이 사안을 인종차별과 개인 사생활로 나누어 다뤘고 특히 말러리 대법관의 의견문은 인종통합과 인권신장의 보편적 도덕률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주대법원은 이에 앞서 지난 6월 미네아폴리스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에 목이 눌려 숨진 후 시애틀에서도 흑인들의 인권시위가 거세게 번지자 법조계 관계자들에게 공한을 보내고 “우리도 흑인생명을 경시하는 데 일조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주대법원 자체도 흑인의 자녀 매장권을 불허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시정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 시정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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