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 이 시대를 산다는 것은
2020-10-08 (목)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 교회 담임)
혼탁한 시대를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종교계를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가 어찌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토마스 쿤이 말한 것처럼 “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에 다수가 동의하는 것 같다. 패러다임은 사람들의 사고나 인식의 틀을 말하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것은 게임의 규칙이 바뀐다는 것이요 우리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기초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올 때에 코페르니쿠스적 변화가 있었다. 중세 시대에는 천동설, 즉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엄청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지구라는 견고한 움직이지 않는 기초위에 우리의 사고와 학문과 인간 문명을 건설했는데 틀이 바뀌자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처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의 사고와 질서를 고수하려는 것이었다. 둘째는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그 새로운 틀에 맞춰 발 빠른 행보를 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후자의 승리였다. 진통 초기에는 기득권 측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으나 이미 바뀐 패러다임에서 과거의 사고와 행태는 웃음거리만 될 뿐이었다.
지금 아직 코로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5년 후,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마음가짐만은 분명히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분들의 말은 코로나 사태 후에도 지금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될 것 같다는 것이다. 학교도 이미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과거 클래스 수업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한다. 음식 배달은 기존 레스토랑 문화를 많이 바꿀 것이다. 교회도 이미 정착된 온라인 예배에 점차 적응되어 분명히 코로나 이후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제 큰 건물과 고가의 장비를 갖춘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중 집회를 통한 사회 참여도 소멸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 사람들이 모여 어떤 분위기나 열정을 토로하는 열기도 사회를 움직이는 모멘텀이 되기 힘들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이성적인, 인간성을 배제한 문화가 우리 가운데 자리 잡을 것이다.
목회에 관한 것을 말하자면 예배 시에 설교자와 청중간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이것은 성도들의 신앙생활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 예배나 6피트 격리된 소수의 인원 모임만을 허락하는 지금의 예배는 살아있는 역동적 예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소그룹으로 형성된 모임은 쉽게 과거로 돌아가지 못 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존 교회의 틀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을 것이며 새로운 교회 형태로 변화될 것이다. 대형교회와 큰 건물, 비싼 시설들은 더 이상 매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는 지금 교회당에서 매주 모이는 전통의 틀만을 말하지 않는다. 무형교회, 우주적 교회, 하나님의 나라 등을 교회의 개념에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모범적인 교회 상으로 말하는 초대교회도 지금의 교회와는 다른 가정 교회 스타일이었다. 교회라는 개념의 변화를 크리스천들은 얼마나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을까? 주일예배와 새벽 기도회 성경공부 구역 모임 등으로 익숙한 그들이 과연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신앙인이거나 아니거나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변화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맞기에는 역부족이 될 것이다. 이 시대는 익숙한 것들과 쉽게 결별하는 자가 살아남을 것이다. 또 결별 뿐 아니라 새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게 될 것이다. 지식, 학위 ,스펙, 경험보다 인터넷 상에 이미 축적된 최고 수준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 공유하여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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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 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