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시월 상달의 추상
2020-10-01 (목)
진월 스님(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독자 여러분을 지면에서 만나는 오늘이, 양력으로는 시월 초하루지만, 음력으로는 팔월 보름, 한가위 추석명절입니다. 이날은 한국식 Thanksgiving Day라고 볼 수도 있는데, 천지신명과 조상님들의 은혜에 감사하며,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 넉넉하고 뿌듯한 인정을 나누며 함께 즐기는 몇 천 년 이어온 우리 겨레의 전통 깊은 축제일로서, 이곳에서도 가꾸어나갈 아름다운 문화유산입니다. 이제 가을이 제답게 한창 무르익어 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즈음 샌프란시스코주재 한국총영사관과 베이지역의 한인회 및 문화단체들이 협력하여 한국정신과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함께 즐기는 코리아위크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는 줄 압니다. 매년 개천절과 한글날 국경일을 즈음하여 벌이던 음악회 등, 여러 사람들이 어울리던 큰 모임들도, 올해에는 코비드-19 팬데믹 영향으로 온라인 영상이나 또는 소규모로 형편에 맞추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무튼 동포 여러분 및 친한 이웃들도 나름대로 동참하여 그 날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기리는 즐거움을 누리실 줄 압니다.
산승은 보름 뒤에 한국의 김해 사티아라마에서 열릴 불사후원행사에 법사로 초청되어 잠시 그곳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사티아라마는 사티(Sati) 즉, 정념(正念 Right Mindfulness)을 수행하는 이들의 아라마(Arama) 즉, 승원(僧院 Buddhist Monastery)으로서, 2천6백년 전에 석존(釋尊 Sakyamuni) 부처님께서 대각을 이루시고 가르치신 근본수행법을 중심으로 수행하며, 그를 세상에 널리 펴려는 목적으로 약 십여 년 전에 붓다팔라스님에 의해 창건된 의젓한 절입니다. 붓다팔라스님은 양산 영취산 통도사로 출가하여 동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인도와 미얀마 등지에서 초기불교적 수행을 하다가, 석존의 성도성지(成道聖地)인 인도 보드가야(붓다가야) 대탑 근처에 사티스쿨을 세워 인재양성 교육기관 및 포교도량을 열어서, 인도불교 중흥을 통해 세계불교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발원을 하고 정진하는 분으로서, 신심과 원력이 대단히 크신 분입니다. 그 스님은 조계종단에서 계획하고 추진중인 붓다가야 분황사 창건불사에 사티스쿨 소유의 부지 2천여평(싯가 30억원정도)를 제공하였고, 그 창건불사와 아울러 이후의 운영까지 담당하기로 조계종과 협약을 체결하였지요. 알려진 대로, 분황사 불사에는 부산의 설매 연취 두 보살이 사재 50억원을 보시하였고, 조계종단의 해외 역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팬데믹으로 현지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산승은 지난 1월에도 인도 델리대학과 한국 동국대학교 대학원생들을 위주로 한 사티스쿨의 국제워크숍에 법사로 초청되어 다녀왔는데, 앞으로도 분황사 건축불사가 완성되고 나면 그곳에 가서 국제적 수행포교 활동에 동참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언제 지구촌의 모든 불교인들과 영성 수행자들이 동경하는 세계적 종교성지인 인도 보드가야에 순례하러 오신다면, 한국적 풍모와 분위기의 분황사에서 아늑한 템플스테이를 경험 할 수 있으리라 전망합니다. 석존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마음을 일깨우는 곳에서.
어쩐지 잠시라도 어디로든 “떠나가 보고 싶은” 변화의 계절인 가을, 만나고 헤어지며, 헤어졌다 또 만나는 덧없는 세월의 인연이 섭리처럼 느껴지는 시절. 지난 두어해 동안 이쪽 교포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대한민국 위상을 높였던 박준용 총영사님도 머지않아 본국으로 전근할 줄 압니다. 작년 3.1독립운동100주년기념, 평화통일 및 문화증진 활동 등, 다양하게 교민과 주류사회에 기여한 그분의 이임을 아쉬워하며, 앞길에 축복이 가득할 것과 재회의 기쁨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더욱 건강한 심신으로 멋진 가을을 즐기고 누리시기를 축원하며, 큰 산불 속에서도 연꽃처럼 살아난 고성선원에서, 두 손을 모읍니다.
<진월 스님(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