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마존은 종업원 부상 지옥? 물류창고 로봇활용 후 직원부상 급증

2020-09-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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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퐁 웨어하우스는 직원 100명당 22명 중상

아마존은 종업원 부상 지옥? 물류창고 로봇활용 후 직원부상 급증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이 물류창고에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직원들의 안전사고율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로이터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업체인 아마존이 물류창고에 로봇을 투입함으로써 직원들의 안전사고율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애틀타임스는 최근 입수된 아마존의 내부문건을 인용, 전국 물류창고마다 부상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로봇이 투입된 창고에서 사고율이 전보다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전국 150여 아마존 웨어하우스의 2016~2019년 주간별 안전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문이 밀어닥치는 홀리데이 시즌과 아마존의 ‘프라임 데이’에 부상을 입는 직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도 회사 측은 이를 관계당국과 일반 소비자들에 호도했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삼으며 올해만도 이 분야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자랑하지만 지난 4년간 아마존 창고 종업원들의 부상율은 매년 늘어났다. 지난해엔 중상자가 1만4,000여명이나 발생, 종업원 100명당 부상율이 7.7%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보다 33% 늘어난 것이며 최근의 전국평균 근로자 부상율보다도 거의 2배나 높은 수치다.

특히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에서 남쪽으로 1시간 거리인 듀퐁의 ‘BFI3’ 물류창고는 종업원 100명당 부상자가 무려 22명으로 전국 아마존 물류창고 중 최악을 기록했다. 이 비율은 전국 근로자 평균 부상율보다 5배 이상 높다. 같은 해 인근 켄트의 직원 부상율은 14.6%였다.

듀퐁 물류창고 종업원인 세실리아 호요스(56)여인은 2015년 로봇이 투입된 후 주문 물품을 찾기 위해 창고를 쏘다닐 필요 없이 지정된 장소에 서서 로봇이 찾아온 무거운 박스를 컨베여 벨트에 올려놓기만 하면 돼 신선놀음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루 10시간씩 똑같은 일을 4년 이상 반복한 끝에 지난해 엉덩이와 허리에 만성통증을 일으켜 수개월간 일을 하지 못했다.

두 자녀와 간난 손녀를 양육하며 시간당 17.90달러를 받고 일 해온 호요스 여인은 피로가 누적돼 아침에 문밖을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종업원의 건강보다 생산율 제고에만 집착하는 매니저들이 눈치 보여 억지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부상자가 나오지 않는 주간엔 매니저가 종업원들에 피자파티를 열어줬다며 동료직원들이 자기 때문에 피자파티를 즐기지 못할까봐 부상을 숨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아마존 내부문건에 따르면 듀퐁 창고처럼 소형 및 중간 사이즈 물품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물류창고에선 2016~2019년 중상자 종업원 비율이 로봇을 사용하지 않는 물류창고보다 50%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아마존은 여전히 로봇사용과 업무자동화 및 기술혁신이 물류창고 종업원들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주장한다고 타임스는 꼬집었다.

연방 직업안전 건강관리청(OSHA)은 2015년 아마존이 뉴저지주 물류창고에 로봇을 배치한 후 경고서한을 보내고 “로봇혁신의 결과로 종업원들에게 허리 굽히기 등 반복동작을 강요하고 매주 4일간, 하루 최고 10시간씩 서있도록 하는 등 인간공학면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 위험이 있다”며 휴식시간을 늘리고 종업원들을 다른 부서로 순환 배치시키는 등 대책을 강구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들 권고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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