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 타계…미국 전역에 애도 물결

2020-09-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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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 타계…미국 전역에 애도 물결

지난 주말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을 애도하는 물결이 미 전역에서 물결치고 있는 가운데 메인주 포틀랜드에 설치된 영정 앞에 시민들이 추모의 촛불을 켜고 있다. /로이터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이 췌장암 합병증으로 지난 18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27년간 연방 대법원에서 약자들을 보호하고 진보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미국 사법 역사상 ‘여성 최초’ 행보를 이어 가며 사법부의 유리 천장 혁파에도 상징적 역할을 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코넬대를 졸업하고 1956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했다. 여성 차별이 남아 있던 당시에 육아를 병행하는 이중고 속에서도 학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뉴욕에서 로펌에 취직한 남편을 따라 명문 컬럼비아 로스쿨로 옮겼으며 탁월한 성적으로 수석 졸업했다.

1963년부터 1972년까지 럿거스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고, 1973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자유인권협회에서 법무 자문위원을 겸임하며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컬럼비아대 법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교수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재직 기간인 1980년 6월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고, 1993년 6월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지명됐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성 평등과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변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성적 불평등에 관한 판례를 잇따라 변경하면서 여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법관 임용 후에는 동성결혼 합법화, 버지니아 군사학교의 여성 입학 불허에 대한 위헌 결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등의 판결을 내리면서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여러 차례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대법원 공개 변론 일정에는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긴즈버그 대법관의 책임감을 높게 평가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자신이 숨진 후 미국 사법지형이 보수화하는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영 NPR 방송은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을 며칠 앞두고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 하루 만인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약 45명의 후보가 적힌 명단을 갖고 있다”면서 "아마도 여성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쯤 후임자를 지명하게 될 것"이라며 "매우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쯤 후임자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6주 앞둔 시점에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사법부의 성향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관 9명의 이념 지형은 보수 5대 진보 4로 갈린다.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자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이념 지형이 보수 쪽으로 더욱 기울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다수 미국인들이 11월 대통령 선거의 승자가 긴즈버그 연방 대법관의 후임자를 지명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62%가 11월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맞대결 승자가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23%는 반대했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원 10명 중 8명, 공화당원 10명 중 5명도 새로운 연방 대법관 임명이 대선 이후로 연기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을 임명하려면 현재 53대 47로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공화당 소속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과 수잔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이 모두 11월 대선 이후로 연방대법관에 대한 인준 표결을 연기하는 것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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