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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바라보는 그곳’을 향하여, SAC 영화사‘온라인 도량’ 넉달

2020-09-17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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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바라보는 그곳’을 향하여, SAC 영화사‘온라인 도량’ 넉달
朕乃大地山河主(짐내대지산하주) 짐 비록 산하대지 다 가졌다 한들 / 憂國憂民事轉煩(우국우민사전번) 나 라걱정 백성걱정 일마다 번뇌나니 /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육천일) 인 생백년 삼만육천날이라 한들 / 不及僧家半日閑(불급승가반일한) 절에서 한나절 쉼만 못하나니

청나라 3대 황제 순치제(順治帝, 생몰 1638년~1661년, 재위 1643년 ~1661년)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순 치제 출가시’의 일부다. 한민족에게 는 병자호란(음력 1636년 12월 2일 ~1637년 1월 30일)의 원흉 청태종(홍 타이지, 숭덕제)의 아들이요 한족에 게는 한족중심 명나라의 숨통을 끊 어놓은 오랑캐나라 후금의 군주겠지 만, 출가시와 그에 얽힌 설화만 보면 왕의 길을 버리고 구도자의 길을 택 한 석가모니 부처님을 연상케 한다.

코로나 그놈 때문에, 절로 가는 마 음이야 굴뚝같아도 절로 가는 걸음 만은 선뜻 떼어지지 않는 요즘이다. ‘요즘의 끝’도 보이지 않는다. 집 밖 에 나갈, 아니 창문을 열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무지막지한 산불까 지 겹쳤다. 이른바 비대면 시대를 맞 아 온라인 법회를 봉행하고 온라인 법담을 나누는 등 온라인 도량의 비 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가주 한인사찰로는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가 선두주자 다. 선두주자 이전에 유일주자다. 다 른 사찰들은 거개들 온라인 도량(인 터넷 홈페이지)을 열지 않았고 열 었다가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금 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미 국과 캐나다에 산재한 한인사찰 약 110곳(미주현대불교 통계) 중 비교적 활발하게 온라인 도량을 운영중인 곳은 뉴욕 원각사, 시카고 불타사 등 몇 곳에 불과하다.

온라인 영화사가 새로 문을 연 것 은 올해 5월, 이제 넉 달이 됐다. 9 년 전 겨울에 이삿짐을 풀 당시 휑 하니 넓은 터(5에이커)에 무성한 잡 풀, 녹슬거나 못쓰게 된 농기구와 썩 거나 썩어가는 나무토막이 나뒹구 는 허름한 창고, 그리 크지 않은 집 한 채, 키만 껀정한 늙은 나무 몇 그 루가 고작이었던 오프라인 영화사 가 어느 새 웬만한 랜치 부럽지 않 을 만큼 꽃 피고 새 우는 도량으로 거듭났듯이, 온라인 영화사도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바라보는 그곳’을 향 해 싸목싸목 진화중인 것 같다.

온라인 영화사(www.younghwa¬zencenter.com) 초기화면 왼쪽 상단 에는 연꽃을 형상화한 로고와 함께 ‘SACRAMENTO YOUNGHWASA 영화사/절’이라는 간판이 나오고 오 른쪽 상단에는 들러볼 곳(HOME YOUNGHWASA DHARMA TALK NEWS GALLERY)이 차례로 안내돼 있다.

바로 밑에는 영화사의 이모저모를 한눈에 눈요기할 수 있는 사진들이 동영상으로 편집돼 돌아간다. 그 밑 에는 참선 삼매경에 빠진 듯한 보리 수 아래 수행자 모습과 빈 의자 두 개가 그려진 삽화에 ‘적정 속에 깨 어있음’ (Awareness in Serenity)을 뜻 하는 영문과 영화사는 참선에 주력 하는 한국식 도량임을 설명하는 영 어안내문이 있다. 바로 아래 법회안 내(Services)에는 All Activities will be closed until Covid-19 situation settles down(모든 행사는 코비드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유예된다)는 영어안 내문이 걸려 있다.

한 걸음 더 내려가면, 동진 스님 의 동진 스님다움 내지 영화사의 영 화사다움을 알려주는 ‘Meditations from Nature’ (자연으로부터의 명상) 이 나오는데, 때가 되면 피는 꽃 한송 이, 그 꽃을 탐하는 벌 한 마리, 크고 늙은 나무에 난 작은 옹이나 생채기 등 영화사터 이곳저곳서 만나는 것 들을 스님의 눈으로 보고 스님의 마 음으로 풀어낸 짧은 법문과도 같다. 관찰일 혹은 작성일을 알아볼 수 있 는 일련번호와 관련사진을 곁들이고 영어와 우리말로 스님의 생각을 우려 냈다. 예컨대 08032020(2020년 8월3 일을 뜻하는 듯)이란 번호가 붙은 자 연명상에는 뒤로는 잎푸른 큰나무를 배경으로 아래로는 자신의 푸른잎을 딛고 피어난 하얀 연꽃 사진과 함께 연꽃에 얽힌 교훈적 가르침이 우리말 과 영어로 곁들여졌다. 2008년부터 본보에 연재해온 무진등 칼럼들도 Dharma Talk 섹션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오신채를 쓰지 않고 철두철미 불교식 공양법을 지켜온 스 님의 먹거리 이야기가‘Zen Master's Kitchen’ (선승의 주방)이란 간판을 달고 영어와 우리말로 소개돼 있다. 여기에 접속하면 연잎밥(Sticky Rice Wrapped in Lotus Leaf), 순두부 찌개 (Soon-doo-boo Jjigae over rice), 잔치 국수(So-myun Noodle Soup) 등 갖가 지 사찰음식 조리법을 배울 수 있다.

Gallery에 들어가면, 영화사의 사 계, 영화사의 밤낮을 조망할 수 있는 사진과 동영상이 차곡차곡 준비돼 불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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