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지역 아파트 광고에도 인종 차별이?

2020-09-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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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인 동네는 암암리에 백인 우선 유치…유색인종 동네는 폄하

▶ UW 연구보고서 시애틀지역 분석 보고

시애틀 지역 아파트 광고에도 인종 차별이?

시애틀지역 아파트 업자들이 유색인종 동네 아파트들은 치안이 불안하고, 변두리 같고, 따분하다는 투의 광고를 상투적으로 냄으로써 부지부식 간에 인종을 근거로 하는 지역분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워싱턴대학(UW) 연구팀이 발표했다./시애틀 한국일보

시애틀지역 아파트 업자들이 유색인종 동네 아파트들은 치안이 불안하고, 변두리 같고, 따분하다는 투의 광고를 상투적으로 냄으로써 부지부식 간에 인종을 근거로 하는 지역분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워싱턴대학(UW) 연구팀이 발표했다.

UW 연구팀은 학술지 ‘소셜 포시스’에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18개월간 광고매체인 크레익리스트에 게재된 수만건의 아파트 광고문안을 분석한 결과, 미국사회 다른 어떤 분야와 마찬가지로 주택임대시장에도 인종차별이 교묘하고 음험하게 내재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들 광고문이 보편적으로 40가지 자랑거리를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백인 주민이 드문 동네의 아파트들은 주로 24시간 경비, 편의성, 프라이버시, 대중교통수단 접근성 등을 내세운 반면 백인주민이 많은 동네는 산책 가능성, 주민들간 친목, 아파트건물의 ‘고풍스런 모양새’등을 내세웠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예를 들면 유색인종 주민이 45%를 차지하는 노스 시애틀의 비터 레이크 지역 아파트 광고는 ‘비백인 동네지만 잔디밭과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격조 높은 주거 공간’이라고 선전한다.

반면 유색인종이 25%에 불과한 캐피톨 힐 지역 아파트는 ‘도심에 첨단시설을 갖춘 고풍스런 건물, 즐길 거리 옵션이 끝없이 많은 신바람 나는 아파트’라고 자랑한다.

연구팀은 아파트 광고가 굳이 법을 어겨가며 ‘백인에 한함’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아파트를 찾는 사람들은 광고문을 보고 백인이 많이 사는지 여부를 금방 간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UW 또다른 연구팀은 아파트를 구하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용모의 입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냈었다.

연방 정부가 주거 인종차별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후 반세기가 넘도록 시애틀지역에 동네별 인종분리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UW 퀸타드 테일러 명예교수는 시애틀에선 인종과 주택 가치를 결부시키는 인식이 1900년대 초부터 팽배해왔다며 건물주, 임대업자, 에이전트, 관리회사 등이 함께 동네별 인종분리를 획책, 유색인종이 특정 동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례를 만들거나 주택구입 융자절차를 까다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인종을 근거로 하는 주거차별 행위는 1968년 연방 공정주거법(FHA)에 의해 불법화됐지만 시애틀에선 오늘날에도 동네가 인종별로 확연하게 구분돼있다.

예를 들면 유색인종 주민이 시 전체 평균인 33%보다 많은 사우스 시애틀은 ‘나쁜 동네로 집값이 싸고’, 33%를 밑도는 매그놀리아, 발라드, 웨스트 시애틀 등은 ‘고급 동네로 집값이 비싸다’는 식으로 인식된다.

UW 연구팀은 조사가 진행된 18개월간은 시애틀에 몰려온 50여 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고급인력을 채용함에 따라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신축됐다며 비백인 지역의 아파트 업자들이 이들 고임금 전문직들을 유치하기 위해 인종차별적 광고를 냈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행태가 시정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유색인종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잠재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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