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연방자금 끊는다”…트럼프 ‘인종차별 항의 시위도시’ 엄포

2020-09-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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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애틀시장 “불법이며, 미국서 유일한 무법천지가 백악관”

“시애틀 연방자금 끊는다”…트럼프 ‘인종차별 항의 시위도시’ 엄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직접 거명하며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 폭력 사태가 발생한 도시에 대해 연방정부 자금지원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직접 거명하며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 폭력 사태가 발생한 도시에 대해 연방정부 자금지원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거명한 시애틀, 포틀랜드 등은 그동안 그가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시장 등이 폭도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무법 도시’라고 규정한 도시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모든 연방기관은 백악관 예산집행부에 전용 가능한 자금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5쪽 분량의 메모(memo)에 서명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내 행정부는 무법 지대로 만드는 도시들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연방기금이 과도하게 낭비되거나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에 위배되는 일이 없도록 연방정부가 자금 사용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방기관들은 시애틀과 포틀랜드, 뉴욕시, 워싱턴D.C.에 제공된 모든 연방자금을 상세하게 기술하라”고 명령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재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에서 법질서 수호를 강조하면서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태 이후 수개월간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도시들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에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14일 안에 질서 회복을 위한 합리적 조치를 하지 않고 폭력과 재산 파괴 행위를 방관하고 있는 '무정부 지역' 목록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게는 30일 안에 각 기관장들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무정부 지역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해당 도시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니 더컨 시애틀시장은 “국가가 치유가 필요한 시점에 도시에 공격을 가해 혼란에 빠뜨리려는 처사”라며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지역의 자금지원 중단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연방자금 중단 엄포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더컨 시장은 “미국에서 코로나감염자가 60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18만5,000명을 넘어서면서 이번 사태가 미국 경제를 파괴했는데 트럼프의 이같은 발상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초래한 이번 사태를 무마해보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더컨 시장은 “미국에서 법치가 무시되는 유일한 ‘무정부 지역’은 바로 백악관이다”고 꼬집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도 트위터를 통해 “지난 수년간 트럼프 행정부를 성공적으로 고소했던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게 한다”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지원 중단이 이뤄질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비쳤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도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주와 도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자금 지원을 거부한다"며 "그는 왕이 아니다. 뉴욕시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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