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시(潭詩) ‘부끄러운 70년’
2020-09-03 (목) 08:32:18
이동원 / 락빌, MD
1. 사람의 몸 꼴은 땅에서 하늘로
하늘에서 땅으로 연리지(連理枝)가 되어
사람과 하늘은 한 몸을 이룬다
머리는 땅과 하늘 사이에서
천리(天理)와 인애(人愛)를 다스리고
가슴은 천기(天氣)를 모아
인아(人芽)의 싹을 틔우니
하늘과 땅은 한 몸을 이루고
부모가 되어 사람의 근본이 된다
머리는 현무(玄武)가 되어 북쪽을 지키고
가슴은 주작(朱雀)이 되어 남쪽을 지킨다
큰산 큰강 큰땅을 좋아해서 작은 나라가
대한이 된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북쪽의 북두(北斗)는 붉게 칠해져 힘들게 명멸하고 있다
2. 대한민국 사람들은 남촌에만 살고 있고
고향도 남쪽 나라 내 고향뿐이다
산 넘어 바다도 남쪽에만 있고
봄 바람이 불어도 남으로만 불어 온다
완행인지 급행인지 열차가 달려도
남행 열차뿐이어서 삼각산 넘어 가는 길은 없고
목숨 바쳐 삼각산 넘어 오는 길만 있는 작은 나라
대한은 ‘별이 삼형제’에서 별 하나만 남더니
별 하나마저 반으로 쪼개져 남쪽만 있는
슬프고 마음 아픈 나라가 되었다
3. 아니다 북쪽도 있었다. 깻묵처럼 백성을 짜면 짤수록
고소원(固所願)이 나오듯 곤자손이까지 뒤져내는
사상 검증 그때 그 시절 북쪽은
인귀(人鬼)가 되어 지금까지 살아 있다
옹근 배 고픔 찐고구마로 신나게 배를 채운
백군(白軍) 홍군(紅軍) 가을 운동회 어느때인지
홍군이 청군(靑軍)으로 슬그머니 바뀌고
악수 사진 잉여 농산물 우유가루로 배를 채워
너도 나도 놀란 배 허리 끈으로 졸라 맨 기계총 박박 머리
검정 고무신 무명 실로 기워신은 버짐 먹은 코 찡찡이
무명 치마 저고리 단발 머리 겁 먹은듯한 언년이
조회 때마다 태극기 사진앞에서 허사비 되어
“우리는 대한 민국의 아들 딸” 죽음으로
나라를 지키자고 우리의 맹세를 할 때
망치 엇갈린 둥근 낫이 허리에 박혀
피 뚝뚝 떨어지는 북한 땅의 포스터가
허기로 사자 밥이라도 훔쳐 먹고 싶은 새 가슴 속에
부모 형제가 “때려 잡자”는 벌레가 되어 무섭게 살어 있었다
“이웃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살펴 보자”며
남북 통일 완수하여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날리자고 개 머루 먹듯 맹세를 할때
태극기 대신 밥 생각에 허깨비가 보여도
북으로 날아가는 전투기 노래에 신이 났고
시장 골목 주막은 기막힌 젓가락 장단에
“철사 줄에 꽁꽁 묶여 절며 절며” 울고 간 그 길
한 많은 고개 길을 술에 눈물을 섞어 몽롱하게 노래 했다
꽁꽁 묶인채 뒤 돌아 보며 끌려간 곳은 북쪽이었다
4. 북쪽이 있어 남쪽이 있고 남쪽이 있어 북쪽이 있는데
북두는 괴뢰가 되었고 주작은 꼭두각시가 되어
불로서 불을 끄고 피로서 피를 씻는 혈수(血讐)는
서로 주적이 되어 국시(國是)가 되었다
배냇머리 누리가 세 번이 지나는데
눈물이 누한이 되도록 머뭇거리지 않는
거짓의 강 70년은 고왕 금래(古往今來)의 고범(故犯)으로
천고(千古)의 묘갈(墓碣)에 새겨질 것이라며
<이동원 / 락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