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주 공직자→로비스트 ‘회전문’ 여전

2020-09-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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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주 등록 로비스트 5명 중 1명이 전직 공무원

워싱턴주 정부에 등록된 800여명의 로비스트 가운데 60여명이 전직 고위 공직자이며 전체적으로 선출직 또는 임명직 공무원 출신이 5명 중 한명 꼴이라고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타임스는 전국적으로 최소한 33개 주정부가 관련법을 통해 공직자가 로비스트로 등록하기까지 일정한 ‘유예기간’을 규정하고 있지만 워싱턴주 정부는 이 같은 법이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영향력 있는 임명직 또는 선출직 공무원들을 로비스트로 영입함으로써 공직이 로비스트 양산의 ‘회전문’이 되고 있는 모양새라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일례로 제이 인슬리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으로 6년여간 재직하고 작년 1월 은퇴한 브라이언 본렌더는 한달도 지나지 않아 로비스트로 등록하고 주정부와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올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주정부가 모든 비즈니스를 필수업종과 비 필수업종으로 분류했을 때 본렌더는 한 대형 건축회사의 로비를 맡아 커클랜드 지역의 아파트 건축공사가 지속될 수 있게 했고, 주정부에 바이러스 검진기와 호흡보조기의 보급을 알선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해산물 가공업협회의 로비를 맡아 인슬리 주지사가 주민들의 자택격리 조치를 발표하기 직전 당국에 이메일을 보내 해당업종을 필수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인슬리 주지사실은 일주일 후 수산업을 필수업종에 포함시킨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본렌더는 자신이 로비스트로 전환한 것은 “자라나는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여년을 공직생활에 몸담았고, 특히 지난 6년간은 노스 시애틀 자택에서 올림피아까지 출퇴근하며 실제적으로 주 7일, 하루 24시간 일했다고 주장했다.

발이 빠른 건 본렌더만이 아니다. 몰트비(스노호미시 카운티) 출신 주 상원의원이었던 가이 팔럼보(민)는 작년 5월 퇴임 당일 아마존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발표했고, 수주일 후 로비스트로 등록했다.

그는 지난해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지원을 위해 법안을 상정했다.

이들 외에도 신디 홈스트롬 전 주정부 세입국장은 퇴임 당일 로비스트로 등록했고, 제니퍼 지글러 전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 교통정책 자문관은 퇴임 하루 뒤, 데이빗 소여 전 주하원의원은 사흘 뒤, 크리스 마 전 주상원의원은 318일 뒤 각각 로비스트로 등록했다.

워싱턴 주의회도 이 같은 ‘회전문’ 현상을 저지하기 위해 관련법 제정을 시도했었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공직자들의 로비스트 등록 전에 최소한 1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의 법안을 2015년부터 상정했지만 소위원회를 통과하고는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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